[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올해 1분기 가구당 소득이 증가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여파 등으로 평균소비성향이 3개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가구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20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었음에도 주거·식료품 지출이 늘었고,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를 줄이는 양상을 보였다.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은 535만1천원으로 전년 동기(512만2천원)보다 4.5% 증가했다. 가구 소득은 2023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1분기 가구 소득을 원천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341만2천원, 사업소득은 90만2천원, 이전소득은 87만9천원으로 각각 3.7%, 3.0%, 7.5% 늘었다.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407만2천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2021년 1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증가세다. 이 중 소비지출은 295만원, 세금·연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은 112만3천원으로 각각 1.4%, 4.4% 증가했다.그러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0.7% 줄면서,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에 감소 전환됐다. 감소 폭 0.7%는 2020년 1분기(7.4%) 이후 20분기 만에 최대치다.평균소비성향은 69.8%로 전년보다 2.1%포인트(p) 하락해 3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가계의 소비지출이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품목별 소비지출을 보면 △주거·수도·광열(5.8%) △기타상품·서비스(5.6%)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은 증가했다. 반면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주류·담배(-4.3%) 등은 줄었다.특히 주거·수도·광열 부문에서는 연료비(7.9%), 월세 등을 포함한 실제 주거비(6.2%) 등이 크게 늘었다. 교통·운송(-3.7%) 항목에서는 자동차 구입비가 12% 감소했다.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동차, 의류, 신발 등 내구재와 준내구재 지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도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실질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1분기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평균 112만3천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경상조세(14.0%), 비영리단체로의 이전(10.4%), 사회보험(1.5%) 등은 증가했지만 이자 비용은 6.9% 줄었다.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2만8천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27만9천원으로 12.3% 늘었고, 흑자율은 30.2%로 2.1%p 상승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전년 동기(5.98배)보다 0.34배p 상승했다. 이는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6.32배에 달한다는 의미로, 2023년 1분기(6.45배) 이후 처음으로 6배를 넘었다.분위별로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1.5% 감소했다. 재산소득(-29.3%), 근로소득(-0.1%), 사업소득(-7.7%), 이전소득(-1.0%) 등이 모두 줄면서 전체 소득이 감소했다.반면 5분위(상위 20%)는 근로소득(4.1%), 사업소득(11.2%), 재산소득(5.2%) 등이 고르게 늘어 전년보다 5.6% 증가한 1188만4천원을 기록했다.그러나 소득 격차와 달리 평균소비성향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1분위는 147.6%로 전년보다 10.2%p 상승한 반면, 5분위는 56.7%로 2.1%p 하락했다.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위 135만8천원, 5분위 520만4천원으로 각각 3.6%, 2.1% 증가했다. 1분위는 주거·수도·광열(23.2%), 식료품·비주류음료(21.2%) 등에 지출이 집중됐고, 5분위는 음식·숙박(14.4%), 교통·운송(14.0%) 비중이 높았다.5분위는 교통·운송(-7.6%), 주류·담배(-3.3%), 의류·신발(-3.3%), 교육(4.6%) 등의 지출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위에서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 5분위 배율이 6.32배로 상승했지만, 정확한 소득분배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며 "가계소득 증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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