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어준 대법관법’이라 불리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과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이 철회됐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에서 공식 논의한 바 없는 의원 개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박범계 의원이 제시한 대법관 30명 증원과 관련해서는 ‘늘어난 사건 대비 대법관 부족’을 언급한 것과 ‘지금 그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볼 때 필요한 법안이나 시기가 문제 된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미루어 짐작컨 데 만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면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이니만큼 이 후보에게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인 만큼 고등법원이 유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이를 뒤엎으려면 이 후보를 지지할 진보 성향의 더 많은 수의 대법관이 세워져야 가능하다. 현재 대법관은 총 14명이다. 30명으로 확대하면 현재 분위기와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 유력 후보인만큼 이 후보 본인이나 민주당은 ‘인디언 기우제 드리듯’ 될 때까지 방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에 나온 것이 △공직선거법 자체를 개정(‘행위’란 단어 삭제)해 재판 사항이 죄가 되지 않도록 되돌리는 것 △대법원이 재차 유죄 확정할 것을 대비해 헌재에서 4번째 재판(4심제)이 가능토록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추진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후보의 형사재판이 중단되도록 하는 법 개정 등이 이재명 후보가 준비 중인 법안들이다.입법 권력이 사법부를 형해화(形骸化)하는 형태다. 입법부를 장악해 입법 폭주를 일삼는 민주당이 대통령까지 배출, 행정부까지 영향력 아래 두면 사법부 홀로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살펴봐도 ‘이미 국회 권력에 굴복했다’란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만이 남아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이 6·3·3원칙에 따라 속도감 있게 이재명 후보에게 내린 공직선거법 판결에 대해 전국법관회의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인 탓인지, 대선에 미칠 영향력 운운하며 전국법관회의 개최 일자를 대선 이후로 미뤘다. 우려한 대로 전국법관회의가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한다면 법원 스스로 차기 권력에 자발적으로 굴복한 것과 다름이 없다. 사회 일각에서 ‘헌정 이래 최초로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장악한 총통 체제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는 이유다. 삼권 분립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전임 대통령이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였고, 현 대통령이 20명으로 다시 줄이며 친(親)정부 인사로 대법원을 구성했다. 사법부가 대통령 편에 서니 선거가 무의미해졌고, 야권은 투표 거부에 나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이 무너지면 안 된다. 이를 지켜낼 이는 주권자인 국민뿐이다. 오늘부터 여론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깜깜이 선거전’이 펼쳐지고, 내일이면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어려운 국내외 정세 속 해결의 키는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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