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도, 짐 챙기는 것도, 예약도 다 AI가 해줬다.”지난주,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김모(70대)씨의 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비행기 표 예약부터 환전, 음식 추천, 길 안내까지 전부 인공지능(AI)이 해결해줬다는 것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AI 기술이 여행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큰 어려움 없이 떠날 수 있다. 언어 장벽은 실시간 번역 앱으로 허물어졌고, 일정 관리도 AI가 알아서 조율한다. 그야말로 ‘여행의 민주화’가 현실이 된 셈이다.최근에는 ‘AI 여행 플래너’가 각광받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과 예산, 일정 등을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일정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예술 중심의 도시 투어를,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한 자연 속 힐링 여행을 선택한다. 모두가 다른 여행을 하지만, 그 속에는 AI라는 보이지 않는 동행자가 함께하고 있다.AI는 여행자의 취향을 학습하기도 한다. 과거 숙소 예약, 식당 리뷰, 사진 데이터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예측하고 제안한다. 이제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는 시간조차 줄어들고 있다. AI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보여준다.기자는 실제로 AI 기반 여행 플랫폼을 이용해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고 체계적인 일정에 감탄했다. 버스 시간, 관광지 입장 예약, 심지어 식당 대기 시간까지 예측해서 알려줬다. 마치 유능한 개인 비서와 함께한 기분이었다.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개인정보 활용 문제, 과도한 의존, 지역 고유의 여행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모든 여행이 ‘효율’과 ‘최적화’에 치우치면, 예상 밖의 우연한 만남과 발견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러나 AI는 이미 여행 산업의 일부가 됐다. 항공사와 호텔, 여행사들은 AI를 활용한 고객 응대, 수요 예측,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편리함이 커졌고, 업체는 더 정교한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앞으로의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머지않아 AI가 가상현실과 결합한 ‘디지털 사전답사’를 제공하고, AR을 통해 현장 해설까지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 AI 동반자와의 여행이라는 새로운 문화도 자리 잡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사진을 공유하며, 감정까지 나누는 AI 친구가 생길 수도 있다.여행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AI는 그 길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다. AI는 도구일 뿐, 그 여행을 진짜 여행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의 호기심과 감동이다.기록을 남기며, AI가 함께 만든 새로운 여행지에서 또 다른 질문을 떠올려본다. “다음 여행은, AI 없이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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