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부 유럽의 두 나라 스페인·포르투갈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철도와 이동통신 등 사회 인프라가 마비되는 등 국가 혼란 상황에 빠지자 스페인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전으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자 교통이 마비됐고, 열차와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으로 사람들이 갇히는 사고가 잇달았다. 모바일 결제시스템까지 멈추자 사람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지급기 앞에 장사진을 이뤘으며, 전화와 인터넷까지 먹통이 되자 석기시대로 돌아간 듯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이번 정전의 원인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원전 가동 중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채택, 지난 2019년부터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역시 스페인으로부터 전력 공급을 받던 터라 어찌 손쓸 방안조차 찾지 못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전은 바람이 약해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전력 수급 균형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기후 변화가 일상화된 요즈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발생은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이번 스페인 국가 비상사태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정부가 원전 운영 계획을 신중히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각국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력 수급 불안정 관련 염려들이 적지 않다.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전기 소모량이 많은 최첨단 AI 산업들의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6.3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도 안정적 전력망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발전 비중을 60%까지 늘려 ‘전기료 반값’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원전 10기는 사용 연장, 해체 추진 중인 원전 2기는 향후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교체, 전기발전량을 늘이겠다는 계획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도 조기 추진해 일본 수준의 사용후 핵원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함은 물론 원전 수출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는 “원전 중심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을 조성,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일방적 탈원전도, 원전 중심 정책도 어렵다”며,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강조했다.세 후보 중 김문수 후보가 가장 분명하고 명확하게 친(親)원전을 통한 에너지 자원 확보를 강조했고, 이재명 대표는 탈원전은 아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원전을 활용할 것, 한동훈 후보는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에너지 공급망의 하나로 원전 활용을 제시했다. 아직까지 유럽 두 나라의 정전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탄소 제로와 탄소 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원전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만큼 국내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 육성 및 기술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대한민국 가장 많은 원전 보유 광역지자체인 경북도의 활약과 도민의 성원이 에너지 생산·공급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최고의 첨단산업들을 유치·육성하는 산업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또 다른 에너지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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