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달력을 보면 5월 15일 밑에 아무런 글자가 없는 것이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일간지 신문에 이어서 나타나는 교원 무시와 홀대를 보는 것만 같아서 왠지 마음이 허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원이 되고자 꿈 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헨리 반 다이크의 무명 교사 예찬을 흠모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을 견디도다.’라는 말대로 청빈 속에 산다는 그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아이들이 좋아서 그것도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시골만을 찾아다니면서 교직 생활을 하던 선생님이 예전과는 달리 무명 교사 예찬을 버리고 승진해야겠다고 마음먹고서 승진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사연인즉 하루는 아내가 마치 살쾡이가 할퀴듯이 마음을 할퀴는 말을 내뱉더라는 것이다. 당신은 왜 무엇이 모자라서 승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태껏 승진하지 않겠노라 해도 별말 없이 무명 교사의 아내로서 내조를 잘만 해주었던 아내의 전혀 다른 모습에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내가 돌변한 것인지 듣고 보니 공감이 갔다. 남편의 학교에 승진하여 새로 부임한 교감 선생님이 사택에서 교감 연수 동기 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도와달라는 교감 사모의 부탁을 받고서 도와주러 간 아내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온 것이다. 일인즉 옛날 시골 학교의 사택인지라 개량된 입식 부엌이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연탄불과 석유풍로를 이용해서 조리하는 등의 여러 가지로 불편함에도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손님으로 온 교감 사모 중에는 아내의 고교 동창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창생은 교감 사모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서 가만히 앉아서 대접만 받더라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기가 공부를 더 잘했었고 미모 또한 더 나았었는데 오늘의 속상함이 단지 승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남편을 만난 것 때문이라는 생각에 그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간에 초심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하기에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은 교사를 보기 힘들다. 그런데 어느 날 초심을 전혀 잃지 않은 무명 교사 예찬을 현실에서 보는 듯하여 스승의 날에 표창을 추천하려고 인사 기록을 보았더니 그 흔한 교육장 표창은 물론 아무런 수상 기록이 없다. 해서 이왕 추천할 바에는 교육부 장관 표창을 추천하려고 공적조서를 한번 써보시라고 하였더니 자신의 인사 기록에 포상 기록을 남기지 싶지 않다고 하면서 되려 나에게 완곡히 부탁했다. 통상은 표창을 받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인물임에도 한마디 말도 없이 먼저 공적조서를 써와서는 도장을 찍어달라고까지 하는 일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뜻밖이고 감동 그 자체다. 그럼 추천하고 안하고는 고민해 보고서 결정하겠다고 해놓고서는 막상 결정하려니 망설여진다. 표창을 받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고 마땅한 스승이지만 본인이 한사코 사양하는 것을 무시하는 것도 그분을 존중하지 않는 일 같아서이다. 결론은 표창을 추천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학교장으로서 예우할 방안으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이다. 무명 교사에게 최고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무명 교사 예찬을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스승은 많으리라 본다.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존경심이나 높은 보수와 승진 같은 것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오로지 아이들만을 바라보면서 헌신하는 스승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생각에 누가 뭐라고 한다 한들 스승의 날이 비굴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천사와 같다고 하는 무명 교사를 위해 무엇으로 예찬해 드릴까를 생각하니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 기다려진다. 그러기에 시대는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한 각종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운명을 하기까지 하는 교원 무시와 홀대라지만……. 그래도 무명 교사를 예찬하노라. 예찬받기에 합당한 당신과 같은 무명 교사들이 있기에 자유대한민국의 앞날이 희망이 있고, 다행이다. 추서: 승진을 위해서 노력한 교사들이 모두가 초심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듯이 승진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교사들이라 해서 모두가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도 볼 수 없다. 승진하지 않겠노라 하는 자기만이 교육을 위한 참이라고 하면서도 교사의 자격증으로 교장을 하고자 함과 승진한 이들을 항상 빼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반드시 좋은 교육자인 것만도 아닐 수 있다. 승진을 안 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반드시 잘 가르친다고 할 수도 없으며 또 승진한다고 해서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반드시 버린 것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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