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2024년 한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소상공인 1명이 창업을 할 때 평균 8900만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해도 89조원의 소상공인 경제가 증발했다.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통상 위협과 대형 참사·재해 등으로 내수 침제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는 조사 때마다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폐업하는 소상공인은 100만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동네 식당 문 닫는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소상공인의 폐업이 100만에 육박한다는 것은 개인의 사업 실패를 넘어 경제·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100만 폐업 원인 1순위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지만 `인건비 부담`이 다음 순위로 꼽혔다. 장사나 사업이 잘되면 직원 임금 챙기는데 부담이 덜하지만, 사업이 위축되니 인건비 부담이 폐업을 하는 `트리거`가 된 것이다.20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과 법인 사업자는 98만6천여 명이다. 지난 1년간 100만개에 가까운 업장이 문을 닫았다.폐업한 소상공인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서 증발한 금액은 89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창업 비용이 평균 8900만원 수준인데, 이를 단순 합산해도 이 정도다.문제는 평균 창업 비용 중 본인 부담금은 6400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대출로 충당한 것이다. 결국 폐업한 100만명의 소상공인들이 1인 평균 25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는 얘기다. 100만 폐업이 경기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이유다.100만 폐업은 고용 불안도 함께 불러온다. 소상공인 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실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이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고용 규모를 갖고 업장을 운영하던 소상공인도 많은데 이들이 (폐업으로) 다 빠져나오니 일자리가 줄어 취업 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폐업 증가는 곧 고용 파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역대급` 폐업률의 원인으로는 지속해서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꼽힌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원대를 돌파하며 소상공인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 제도가 이대로 괜찮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86.7%는 폐업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을 꼽았다. 그중 절반에 달하는 49.4%는 수익성이 악화한 데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호소했다.최저임금은 지난 1988년 제도 도입 이래로 37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상승폭이 컸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으로 뛰었다. 2년 만에 1880원, 29% 증가한 것이다.주 20시간 근무하는 종업원을 고용한다면 업주 입장에서는 월 15만원가량이 더 나가게 된 셈이다. 규모가 있는 업장을 운영한다면 인건비 부담은 이에 비례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올해 최저임금은 2017년 대비 55%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560원. 앞선 예시와 같은 경우 월 인건비는 종업원 한 명당 29만원 가까이 늘어났다.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경제환경 대비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중위임금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0.9%로 10년만에 16.7%P(포인트) 늘었다. 중위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소득을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수치다.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 연구 결과 최저임금이 1% 오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폐업률은 0.77% 증가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은 머릿수가 많은 근로자들의 눈치만 본 결과"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송 회장은 대형 업장과 다른 소상공인의 특성을 반영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전문가도 이같은 생각에 동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무 강도가 높은 업종은 이미 시장 원리에 따라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 수준이 형성돼 있다"며 "문제는 5인 미만 업종이 많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에 지금의 1만 30원이 감당 불가한 수준이란 것"이라고 했다.이어 "업종별 평균 임금수준 등 실태조사부터 실시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2026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회의는 22일 시작된다. 벌써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는 내수 경기 침체와 지급 능력 상실을 근거로 인하를,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반영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국내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선을 앞두고 성급한 최저임금 결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치적인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심의를 서두르기보다는 대선 이후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해지다 보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진영 논리를 대변하기 위해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자영업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쪼개기 알바`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종업원에게는 최저임금에 더해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15시간 미만만 근무하도록 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양산되고 있다. 초단기 근로자는 2024년 174만2천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아예 고용을 포기한 `나 홀로 사장님`도 다수다.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는 2018년 이후 6년 동안 증가세를 지속했다. 2024년엔 422만5천명이다.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를 바꿔 나갈 필요도 있다.강인수 교수는 "자영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문제"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임금 근로자가 될 수 있는 분들이 많지만 여의치 않고, 퇴직금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다 보니 소규모 자영업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노민선 연구위원은 "자영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폐업하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을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시키려는 노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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