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6·3 조기대선을 48일 앞두고 `반(反)이재명 빅텐트` 구상이 정치권을 연일 달구고 있다. 지지층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단일화의 의외성과 충격파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대 정치사에서 1997년 DJP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1997년 DJP연합은 호남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충청의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 두 지역 맹주가 손을 잡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꺾으며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사례다. DJ가 단일후보로 나서는 대신, JP에게 공동정권의 국무총리와 조각권을 보장하는 합의를 통해 가능했다.당시 시대적 과제였던 `보수 청산`과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민주화 상징 김대중 후보의 서사가 결합되며 단순한 정치 연합을 넘어 국민적 감동과 `이번엔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열망을 이끌어냈다.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역시 진보와 중도 진영의 연합을 통해 강력했던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린 경우다. 경선 초반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텃밭 광주에서 유력 주자 이인제를 꺾고 `언더독 신화`를 썼다.`기득권 청산`과 `권위주의 종식`을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키던 노 후보를 위협한 건,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고 급부상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였다. 정 후보는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자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급격히 키웠다.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 우세가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노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정 후보의 선거 전날 지지 철회라는 악재가 돌출했지만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극적인 반전`이 나타났다.단일화의 성패의 본질은 분명한 정치적 기반에 있다. DJ와 JP처럼 지역 기반이 탄탄하거나, 노무현·정몽준처럼 세대·이슈를 기반으로 한 뚜렷한 지지층 확보가 관건이다. 2022년 대선에서도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구축했던 것이 대선 승리의 주요 요인이다. 단일화 수용 여부와 그에 대한 설득력 역시 단일화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이번 대선은 현재 `이재명이냐 아니냐` 구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반탄(탄핵 반대) 진영 간 합종연횡 속에 최대 변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 여부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비명(이재명)계 정치인들과 연대할 경우, 정치공학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다.전북 전주 출신인 한 권한대행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진보와 보수 정권을 두루 거쳤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중도층은 물론 온건 진보층까지 폭넓게 끌어안을 수 있다는 평가다.한국갤럽 4월 2주차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호남에서는 5%를 기록하며 여권 인물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호남에서 56%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의견 유보` 응답이 24%로 높아 텃밭 내 장악력에 빈틈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 등 중도 성향의 호남 인사들과 연대하면, 야당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북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다만 현재 거론되는 보수 진영 주자들의 지지율이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만큼, `빅텐트`가 아닌 `스몰텐트`라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건 빅텐트가 아니라 그냥 텐트"라고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 인터뷰에서 "유승민·이준석 모두 국민의힘 출신"이라며 "자기네끼리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건 빅텐트가 아니라 `헤쳐모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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