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세명기자]엿새 동안 경북 북부·동해안을 휩쓴 산불 당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문화재를 지키는 등 숨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속속 전해졌다.지난달 25일 태풍급 바람을 탄 산불이 의성군 전역과 안동시 등지로 급속히 번지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챙기고 주택의 불길을 막아선 주민들이 있다.2일 의성군 단촌면에서 만난 마창운(60대)씨는 산불이 번질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동네에서 3㎞가량 떨어진 상화리에서 소 70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주를 도와주고 있었다"며 "산불 발생 초기에는 `설마 우리 동네까지 넘어오겠나` 생각했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우리 동네로 들이닥쳤다"고 말했다.마 씨는 "마을을 떠나기 전 집집마다 돌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는데, 일부 어르신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겠다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어쩔 수 없이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부탁해 어르신들을 억지로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소중한 보물을 지킨 주민도 있다.전통사찰인 의성 고운사에서 6년째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이천호(62)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불이 번지기 전 대웅전에 있는 목조 불상에 방염포를 둘러놨지만 방염포는 1200도 이상에서 2시간밖에 못버티기 때문에 `빨리 빼내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강력히 주장했다"고 말했다.이어 "방염포에 쌓인 불상의 무게가 상당해 체인블록 등으로 옮기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며 "불길이 번지기 전 불상을 빼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로 집에서 가꾼 나무 2000여 그루가 못쓰게 됐다"며 "무엇보다 고운사가 소실돼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힘들지만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의성군 단촌면에서 사과 농장을 짓는 의용소방대원 A(40대)씨는 "산을 타고 불이 번지니까 산 아래에 있는 사과농장의 피해가 크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돌보고 불을 끈다고 당시엔 내 농장이 타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그는 "전문 교육을 받은 소방대원들도 대단하지만 묵묵히 동네를 지킨 우리 모습도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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