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태헌기자] 지난 21일 경남 산청,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번지며 국가지정 문화유산 11건과 시도지정 문화유산 19건 등 총 30건(3.30, 17시 기준)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국가유산청의 화재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을)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5.3월 산불 관련 국가유산 피해 현황’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유산 가운데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민속 3건 등 총 11건, 시도지정 문화유산 가운데 기념물 3건, 유형문화유산 3건, 민속문화유산 6건, 문화유산자료 7건 등 총 19건이 피해를 입었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사찰인 보물 고운사의 가운루와 연수전은 전소됐고, △1700년대에 건립된 국가지정 민속문화유산인 사남고택도 전소됐으며,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인 안동 국탄댁·송석재사·지촌종택 등도 전소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추가적인 피해를 대비해 보물인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안동청소년 문화센터로,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과 오불회 괘불탱은 영주 소수박물관으로 이동하는 등 국가지정 동산문화유산 18건(1,563점)과 시도유형문화유산 5건(17점), 문화유산자료 1건(1점)은 긴급 이송조치했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지만, 올해 국가유산 긴급보수비 예산 총 45억원 가운데 15억원은 이미 집행이 예정되어 있어 남은 예산으로는 신속한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승수 의원은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지진과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국가유산의 피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보수사업비 예산이 매년 부족해 피해복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을 지적하며 예산 증액을 요구해왔다.
국가유산은 한번 소실되면 복원이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책 마련과 신속한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2005년 4월에는 강원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전소됐고, 2008년 2월에는 방화로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돼 복원에 투입된 비용만 250억원에 달했다. 2009년 12월에는 여수 향일암 대웅전이 전소되는 등 화재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유산청의 화재 대응 매뉴얼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 ‘화재 등 대응매뉴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산문화유산 반출 시 1차 소산 장소 위치 2개소 이상 지정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관리단체가 실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는지 등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수 의원은 “국가유산의 소실은 우리의 역사를 잃는 것과 같다”면서 “화재뿐 아니라 장마나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국가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 복구를 위한 신속하고 충분한 예산 확보 등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면서 “또 다시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화재대응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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