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포함한 2차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는 큰 반발을 표명했다. 그들은 개혁안이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체성 및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첫 번째 개혁안과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2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제8차 위원회를 열고 2차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해 8월 발표된 1차 개혁안 이후 7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2차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비급여 및 실손보험 체계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병원 육성 등이다.시민단체들은 이번 2차 의료개혁이 사실상 1차 개혁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며, 의료 민영화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이번 개혁안은 `가짜 의료 개혁`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전면 폐기하고 노동자와 시민과 함께 새로운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한, 보건의료노조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역·필수 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인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 의사 양성 등 국가 책임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이번 개혁안은 1차 방안과 차이가 없고, 결국 의료 민영화, 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직속 기구가 적극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환자 단체들은 2차 개혁안에 포함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추진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필수의료 행위 중 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 동의를 받은 뒤 의료진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특례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관련 형사 특권을 주는 것은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발상"이라며 "정부 발표대로 중대한 과실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의료사고는 단순 과실로 치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의료계도 2차 개혁안에 포함된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지역 내에서 24시간 진료 등을 담당할 종합병원을 선정하고, 이를 위해 3년간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소아, 분만, 화상 등 필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이들 병원에게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방침이다.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연봉 4~5억 원을 준다고 해도 병원에 남지 않는데, 처우가 더 나쁜 지역 병원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며 "소아, 분만, 화상 진료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가가 낮아, 다른 병원에서는 전문가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외과 전문의는 "지역과 필수의료로 의사들을 유인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며 "1000억 원을 언제,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일부에서는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혁은 10년,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늦추거나 중단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맞이한 의료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이번 2차 의료개혁 실행 방안은 강력한 반발 속에서도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만큼, 향후 개혁안의 구체적인 조정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