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영삼기자]급변하는 아시아 국제정세 속에 옛 선조들의 외교 처세술을 볼 수 있는 한국사 책(사진)이 최근 홍콩에서 첫 출간됐다.
현재 중국에 소개된 고려 외교사를 다룬 연구서는 전무해 이번 출간은 우리 역사의 고유 및 정통성까지 겹쳐져 중국 학계, 정치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동북아역사재단은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 문화 원조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한국사의 연구 성과를 번역하고 해외 학계에 소개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에 고려의 능동적 외교 활동을 심층 분석한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고려 편)`의 중국어 번역본을 홍콩 현지에서 출간했다"고 밝혔다.
책을 출간한 홍콩 삼련서점(香港 三聯書店)은 중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출판사 중 하나다.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고려의 외교 전략을 분석한 이 책은 고려가 대외적인 변수에 의존해 존속했다는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했다.
책은 고려가 변화무쌍한 동아시아 국제 정세 속에서 유연성, 실용성을 갖춘 능동적인 외교활동으로 500년 가까운 왕조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비결을 상세히 드러냈다.
특히 현재와 마찬가지로 고려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책임편집자 고려대 이진한 교수는 "고려왕조는 건국 때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음 왕조인 조선에 넘겨준 것이 고려가 해낸 최고의 외교적 공적"이라며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고려의 외교였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번역과 감수를 맡은 중산대 리팅칭(李廷靑)교수는 "고려가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교적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평화로 전환하고, 폐해를 이익으로 바꿨다"고 했다.
이어 "당시 중국 각 정권이 패권을 놓고 경쟁할 때, 고려의 통치자들도 `해동천자`라며 황제로 불렀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중국 학계에 소개된 한국의 고려 외교사를 다룬 연구서는 전무하며, 중국 학계의 고대 동아시아 외교사 연구도 주로 한당(漢唐)이나 명청(明清) 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공 책봉 체계"의 이론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공 책봉 체계” 시각을 뛰어넘어 당시 동아시아 국제 관계사를 고려의 능동적 외교활동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고려의 대외관계를 10개의 주제로 구성해 거란, 송, 금, 몽골, 명과 같은 책봉 관계를 맺은 국가뿐 아니라 여진, 일본 등 고려와 대등하거나 낮은 외교적 위상을 지닌 국가와의 관계를 다뤘다.
고려시대 대외관계 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해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했으며, 중국 신진 학자들이 번역, 감수를 맡아 중국어권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였다.
재단 박지향 이사장은 "현재 홍콩과 대만에서 판매가 시작됐다"며 "중화권 독자들에게 한국의 외교사를 알리고 중국 학계의 고려사를 포함한 한국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