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예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신규 의사 수와 70%대로 추락한 국가고시(국시) 합격률을 향후 의학교육 부실화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는 의료계 주장이 제기됐다. 의대증원이 역설적으로 신규 의사 수급을 어렵게 만든 데 대한 정부 답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23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제89회(2025년도) 의사 국시 응시자 382명 중 최종 합격자는 269명, 합격률은 70.4%다. 의사 면허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또는 해외 의대를 졸업한 뒤 국시 실기와 필기에 차례로 합격한 사람에게 주어진다.합격자는 87회 3181명, 88회 3045명 등 매년 3000명을 웃돌았으나, 올해는 10분의 1도 안 된다. 지난해(88회)의 8.8%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에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을 택한 데 따른 결과다.현장에 남은 의대생이 극소수인 데다 시험 접수 인원도 예년의 10% 정도였다. 아울러 휴학한 의대생이 언제 돌아오더라도 수년간 신규 의사는 물론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양성 체계와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계 전망이다.특히 70.4%라는 최종 합격률도 어느 때보다 저조하다. 지난 2021년 초 이뤄진 85회 시험 때 의대생들이 의대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시험 응시를 거부해 합격자가 412명에 그쳤던 사례는 있다.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의대증원 보류의 합의를 거쳐 이듬해(2022년도) 의사 국시 실기를 2차례 시행했다. 2022년도에 6043명이 응시해 5786명이 합격하는 등 95.7%의 합격률을 기록했다.하지만 합격률이 70.4%까지 곤두박질친 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매년 95% 안팎, 아무리 낮더라도 90%를 넘겼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합격률 추락 원인이 평소와 다른 응시자 구성 비율 등에 있다고 본다.
의대생들의 휴학계 신청 움직임과 응시자 중 국시 N수생, 해외의대 출신 등의 비율이 높아진 영향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시험에 응시한 일부 학생들이 현 사태로 인해 실습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응시자 다수가 해외의대 출신, 기존 성적 미달(유급, 국시 재수) 학생들 비율이 높다는 특징이 반영됐다. 분모에 성적 좋지 않은 학생들이 포진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전공의와 의대생 공백으로 인해 교육 여건이 열악했을 것이며, 그 결과가 국시 합격률에 반영된 게 아니겠나"라며 "교수들이 학생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학생 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을 지낸 박단 위원장은 현 의대협 측과 정부에 의대 모집정지와 더불어 2025학년도 의대증원에 따른 교육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박단 위원장은 "의학교육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학은 독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강의를 듣고 주변 학생들과 토의하고 학교와 병원에서 교수, 전공의와 함께 여러 지식과 술기를 익혀나가야 한다"고 전했다.한편, 정부는 의료계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대화해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물에 빠져 죽을 각오로 2월 중 의정갈등을 풀겠다"고 공언했다.반면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주호 부총리와의 비공개 면담 소식이 교육부에 의해 알려졌고, 이 부총리에게 의료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은 정부에 거듭 의대 교육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