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에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는 이집트 군부의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군부의 선언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통령은 화해 도출을 위한 노력을 자체적으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군부의 선언을 아직 검토 중이라며 선언의 일부 내용은 "복잡한 국가 상황에 동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열의 골을 깊게 만들고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어떤 선언이든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시민 민주주의 국가는 (2011년) 혁명으로 이룬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후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집트 군부는 전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정치 세력은 48시간 이내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군부가 자체적으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부가 처음으로 개입 의사를 시사하고 각료가 집단 사퇴하면서 무르시 정권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 수장을 면담하고 군부도 쿠데타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서는 등 긴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무르시 대통령 측은 1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히샴 칸딜 총리와 함께 군부 최고 수장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페이스북에서 무르시 대통령이 칸딜 총리, 엘시시 장관과 함께 안락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이 사진이 이날 언제 찍힌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군부도 이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별도의 성명을 발표, "이집트군의 이념과 문화는 군사쿠데타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군부는 앞서 제시한 기한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며 "이집트 거리의 심장 박동에 응답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이슬람주의 세력도 군부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고 야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무슬림형제단과 연대 단체들은 "정통성을 공격하는 데 위대한 군을 이용하려는 일각의 시도를 절대적, 무조건적으로 거부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미국도 이집트 군부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세드키 소브히 이집트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미군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다른 이집트 장관 5명에 이어 모하메드 카멜 아므르 외무장관도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일 관영 메나통신(MENA)이 전했다.
관광부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장관 5명은 전날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집단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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