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최근 인권탄압 문제로 비판받는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구설에 오르면서 과거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던 스타들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011년에는 배우 힐러리 스왱크와 장 클로드 반담,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가 체첸공화국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의 35세 생일 파티에 참가했다가 논란이 됐다.
후에 스왱크는 "부끄럽다"며 "요점은 내가 어디에 가는 것인지 알고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도 스타들을 불러 사치스런 파티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미국 래퍼 50센트는 2005년 베니스 영화제 기간에 열린 한 사설 콘서트에서 카다피 일가를 위한 노래를 불렀고, 캐나다 가수 넬리 푸르타도 역시 2007년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사적인 공연을 했다. 머라이어 캐리와 비욘세도 마찬가지였다.
캐리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가 누굴 위해 공연하는지도 잘 모를 만큼 순진했다. 누가 공연을 주선했는지에 관계없이 우린 더 알고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영국 가수 스팅이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 주선한 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쳤다.
카리모프 대통령 역시 인권탄압 독재자로 악명이 높았지만 오히려 스팅은 당시 "문화 보이콧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에 우즈벡 주재 영국 대사였던 크레그 머레이는 블로그에 "그는 악랄한 정권을 미화하는 이벤트에서 노래하고 100만 파운드를 받았다. 완전히 미친 거 아닌가?"라는 글을 올려 스팅을 비판했다.
클래식계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008년 `문화 외교`라는 이름으로 북한 평양 공연을 성사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그 정도의 대규모 미국인 집단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고 미국 정부 허가도 받은 행사였지만, 한 신문은 그 공연을 가리켜 북한 독재자에게 `선전 쿠데타`(propaganda coup)를 건넨 `망신`(disgrace)이었다고 지적했다.
웨일스의 록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가 2001년 쿠바 아바나에서 공연할 땐 피델 카스트로가 공연 맨 앞줄에서 지켜봤다.
당시 멤버들은 공연 시작 전 카스트로와 만나 "공연이 매우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카스트로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전쟁보다 시끄럽기야 하겠나?"
한편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로페즈 사건`으로 또 한가지 드러난 사실은 중국이 투르크메니스탄의 풍부한 가스 자원에 접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데 중국 국영에너지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부분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로페즈의 홍보담당자는 성명에서 "이번 공연은 기업 모임 성격이었다"면서 "만약 인권 문제 등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WSJ는 CNPC가 공연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부패와 권력남용 척결을 추진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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