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을 거듭하며 많은 이들을 울렸던 보이스피싱이 KBS `개그콘서트` 무대까지 진출했다. 새로운 소재를 찾던 개그맨들의 번뜩이는 시야에 포착돼 코너 `황해`에서 개그 소재로 재탄생한 것. 출연진의 능청스런 연기와 빛나는 아이디어는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 전화금융사기를 화제의 개그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여의도 KBS에서 `황해`의 주인공 이상구(30), 이성동(32), 신윤승(28), 이수지(28), 정찬민(28)을 만났다. 이들은 얼마 전 초청을 받고 경찰청을 다녀왔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보스로 등장하는 이상구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자료 협조를 받는데 경찰청에서 여태까지 있던 범죄유행과 최근 유행하는 스미싱(휴대전화 소액결제사기)까지 교육을 받고 왔다"며 "신종사기를 우리가 다루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개그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드러난 결과였다. 처음에는 조선족 비하 논란도 있었지만 범죄 예방 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하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이상구는 "처음에는 실제 피해자가 있는 범죄를 개그 소재로 사용해도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조선족 비하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흉내내기라고 생각했는데 논란이 생기는 것을 보니 그분들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5월 말 첫선을 보인 `황해`는 "당황하셨어요?"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개콘` 화제의 코너로 떠올랐다. 조선족으로 분한 이수지와 정찬민의 능숙한 사투리 연기가 큰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영화 `황해`를 패러디해 방송 내내 김만 먹는 홍인규와 신윤승, `허당` 보스 이상구, 피해자 이성동의 호흡이 코너의 완성도를 높였다. "당황하셨어요?"의 주인공 정찬민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런 톤이 나왔다"며 "실은 통영 출신인데 약간 서울말을 하려고 하면 연변 사투리가 되더라"고 의외의 비결을 밝혔다. 대구가 고향인 이수지는 "원래 개인기가 성대모사"라며 "연변 사투리는 조선족 아주머니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듣고 이후부터 따라 하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능숙한 전화 안내원 말투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웠단다. 이수지는 "`죄송합니다만` `괜찮으시다면`과 같은 표현을 `쿠션 용어`라고 하는데 실제 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것"이라고 전했다. `황해`는 `개콘` 멘토-멘티제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제작진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선후배가 함께하는 멘토-멘티제를 도입했다. 선후배가 머리를 맞댄 워크숍에서 탄생한 코너가 바로 `황해`인 것.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홍인규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보이스피싱 음성파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코너를 짰다. 당시 음성파일에도 "당황하셨어요?"라는 말이 있었단다. 조선족을 다룬 영화 `황해`가 코너를 짜는 데 많은 보탬이 됐다. 어수룩해 보이는 정찬민의 외모도 한몫했다. 코너의 주축인 이수지, 정찬민, 신윤승은 `개콘`의 막내급 기수다. 작년 KBS 공채 27기 개그맨으로 선발된 이들은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윤승은 "주변에서 반 장난처럼 배 아프다고 하지만 많이 기뻐해 준다"며 "지난 1년 동안 27기가 두드러진 게 없었는데 우리를 통해 27기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니까 서로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동기 김현기의 질투가 심하단다. 선배 이성동은 "우리가 회의를 하고 있으면 현기가 찬민이를 째려보면서 지나간다"고 전했다. 이상구는 "멘티제 제비뽑기를 할 때 원래 김현기를 뽑을 뻔했는데 그 친구가 워낙 어리바리해 찬민이로 했다"고 사연을 설명했다. 이들은 그 친구가 인터뷰에라도 실리도록 이름을 꼭 밝혀달라고 했다. 코너의 아이디어맨은 의외로 `김만 먹는` 신윤승이다. 이성동은 "윤승이가 주로 아이디어를 내고, 수지는 먹을 게 없으면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며 "찬민이는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홍인규는 최고참이지만 대사 한 마디 없다. 그저 영화 `황해`의 하정우처럼 김만 먹을 뿐이다. 일정이 안 맞아 부득이하게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홍인규를 대신해 이상구는 "아직까지 인규 형의 대사를 넣을 생각은 없다"며 "김도 당분간 다른 음식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연기하는 이성동은 "실제 보이스피싱을 당한 적은 없다"며 "원래 그런 전화가 오면 아예 끊어버린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연기니까 계속 속아줘야 한다"고 나름의 고충을 전했다. 이수지는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활약하다 `개콘`으로 옮겨온 경우다. 그는 "`웃찾사`는 당장 다음 주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개콘`은 우리가 열심히 하면 무대가 항상 마련돼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선후배들 간에 정도 끈끈해 여러 번 감동을 받았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개콘`의 인기가 최근 한풀 꺾이긴 했지만 이들은 `개콘`의 재도약을 믿었다. 이상구는 "`개콘`에는 인재가 무궁무진하다"며 "수지와 찬민이가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 후배들이 매주 새 코너 10개를 만들어온다"고 후배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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