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 도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일본 주요 신문들의 24일자 1면톱 제목은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집권당의 승리는 선거전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뉴스의 신선미와 충격파 면에서는 공산당의 제3당 약진(17석)이 압권이었다.
1990년대 중반 사회당이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리고 총리(무라야마 도미이치)까지 배출하면서 정점에 올랐던 일본 진보정치 세력은 1996년 소선거구제 도입에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위협적 부상,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사양길을 걸어왔다. 특히 작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뚜렷했던 터라 공산당의 선전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직전 집권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우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공산당이 `아베노믹스 반대`, `개헌반대` 등의 구호로 선명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야권 표심을 상당부분 끌어모은 결과로 분석된다.
1922년 창립한 일본 최고령 정당인 일본 공산당은 사유 재산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이탈해있는 제도권 진보 정당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43년 만에 개정된 공산당 강령에 따르면 `사회주의적 변혁`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긴 하지만 현 단계 일본에서 필요한 변화는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입장이다. 또 강령 개정때 `전위당`이나 `노동자계급의 권력` 등 과 같은 전투적인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아울러 현재 일본을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이자 사실상 미국의 종속국으로 규정하는 한편 미일안보조약 폐기를 통한 중립국화를 지향하지만 평화헌법 수호를 주장한다는 점이 일본내 `반미 우익`과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경제 정책은 숫자 면에서 고용의 7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인식 면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자국 정부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1960∼1970년대 온건계열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의 지도부 역할을 한 공산당은 1979년 중의원 수가 41석에 달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지만 1990년대 사회주의권 몰락과 소선거구제 도입 등의 타격을 입고 당세가 크게 쇠약했다. 현재 중의원(총 480석) 8석(1.7%), 참의원(총 242석) 6석(2.5%)에 그치고 있고 당원 수도 1990년 약 50만명에서 작년 5월 기준 31만8천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당원의 약 80%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인데다 기업의 정치자금과 국고에서 나오는 정당 교부금을 일절 거부한 채 당비와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의 구독료 등으로 자립해온 점에서 깨끗한 정당의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결국 이런 이미지가 아베 정권의 독주와 민주당 몰락으로 `양강 구도`가 무너진 현 정치판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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