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대통령실 실무진 사이에서 불필요한 대외 접촉을 줄이는 등 한껏 몸을 움츠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쇄신 과정에서 `일개미`에 해당하는 행정관을 대상으로도 물갈이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조심하는 모습이다.13일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에서 최근 들어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는 당부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여권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이니 특히 행정관들은 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용산 개편을 순차적으로 한다니까 다들 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실제로 여의도 출신 어공 중에서는 언론 접촉뿐 아니라 당 쪽 관계자들과의 접촉면도 최소화한다는 말이 나온다.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별문제 없겠지 싶다가도 주의하라는 말을 들으면 행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 같은 기류는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짙어지기 시작했다.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면담한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것, 김건희 여사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통화한 일 등 대통령 부부에 관한 내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일이 반복된 시점이었다.이른바 `여사 라인`을 문제 삼은 한 대표에 반발하며 행정관 사이에서 집단행동 얘기가 나온 것도 `윗분`들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직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통화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용산 공기는 더 얼어붙었다.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원하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 계기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인적 쇄신을 언급한 점도 행정관들로서는 주변 눈치를 살피게 만든 요인이다.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남은 임기 유능한 정부 성과를 강조하며 인적 쇄신을 언급했다. 고위직뿐 아니라 실무자들을 겨냥해 "일 안 하고 엉뚱한 짓이나 하며 말썽을 피우면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큰 틀에서 구상 중인 쇄신에 장관과 용산 고위 참모뿐 아니라 실핏줄 역할을 맡는 대통령실 행정관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과학기술수석실과 저출생수석실 등 조직이 커지면서 저성과자를 솎아낼 때가 됐다는 말까지 들린다.당초 소위 7인방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강기훈 선임행정관은 음주운전 징계 후엔 계속 근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번 인적 쇄신 과정에서 정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잔뜩 웅크린 용산 분위기는 정부 부처 등 돌아갈 곳이 있는 `늘공`(직업 공무원)과 달리 면직 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어공들의 현실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다 쇄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로열티`(충성심)와 `퍼포먼스`(성과)를 기준으로 행정관급에서도 많이 인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