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유재원기자]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관장 노중기)은 22일부터 다음해 2월 2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제24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권오봉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서양화가 권오봉(權五峯)은 대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자유롭고 역동적인 선의 세계를 표현하며 독창적인 회화를 탐구해 왔으며,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70년대 후반부터 어떤 특정 그룹에 편향되거나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 활동을 펼쳐오며, 자유로운 선과 힘 있는 필획을 보여주는 회화를 통해 ‘낙서 회화’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권오봉 작가의 40여 년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을 4개 구획으로 나눠, 작품 특징별로 분류한 회화 80여 점과 아카이브 일부를 선보인다.
3전시실에서는 큰 붓, 큰 움직임으로 탄생한 대형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대 걸레, 헝겊 등과 같이 넓적한 도구를 이용하여 두터운 질감을 주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자아내는 이 작품들은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다.
이어지는 선큰가든과 2전시실에서는 2019년의 ‘종이작업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캔버스 천이 아닌 종이 표면에 유화, 콜타르(coal tar) 재료를 통해 선보이는 이 시리즈는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선적인 표현들이 재료 특유의 질감과 어우러져 있다. 또 종이작업에서 점, 선, 면들로 탐구되는 작업들은 작가 특유의 필세(筆勢)를 느끼게 하며 최근 화면을 검게 채우는 회화 연작과도 연결된다.
‘상감기법’ 섹션에서는 보다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인 경향이 잘 드러나는 ‘선 긋기 회화’의 여러 경향을 살펴볼 수 있고, 고려청자와 분청사기에 쓰이는 기법으로 알려진 상감기법을 회화에 적용했다.
그리고 특정 색의 물감을 올리고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하여 긁어내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색을 올리는 이 시리즈는 선적 요소의 풍부한 세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투박하면서도 목적 없는 행위로서의 조형적 표현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마지막 ‘구상, 초기 작품’ 섹션에서는 작가의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구상성(具象性)이 보이는 회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권오봉은 대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무위적이고 부단한 예술가의 ‘몸의 움직임’의 흔적이 담긴 회화를 탐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충돌하는 선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동시대 한국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지점에 있다. 이번 전시가 회화 앞에서 한결같은 태도와 역량을 보이는 그의 작품의 정수를 감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성미술상’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로 불리며,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이인성 화백(1912~1950)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대구시가 1999년에 제정한 상으로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이 운영하고 있다.
전시 기간 중 도슨트(전시설명 프로그램),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세한 정보는 대구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3 430 7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