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선 참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호주 집권 노동당 내에서 케빈 러드 전 총리를 당 대표로 옹립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불과 2~3주 전까지만 해도 러드 전 총리가 노동당 대표로 복귀한다는 발상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처럼 여겨졌지만 9월 총선 전 마지막 회기를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그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
러드 전 총리의 당 대표 복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최근 수개월 사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잇따라 총선 참패가 불가피한 수준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길라드 당시 부총리가 주도한 `심야 쿠데타`로 총리직에서 쫓겨난 러드 전 총리 본인도 최근 잇따라 접전이 예상되는 선거구에 모습을 드러내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면서 당 대표 교체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17일 공개된 시드니모닝헤럴드와 닐슨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호주 유권자들은 길라드 총리가 대표일 경우에는 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29%에 불과했으나 러드 전 총리가 대표가 되면 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40%에 달했다.
러드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노동당은 총선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박빙 수준의 접전을 펼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마크 래섬 전 노동당 대표는 "호주 정치사에서 본 적이 없는 `복수의 성전(聖戰)`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키운 길라드에 의해 당 대표 및 총리직에서 쫓겨난 러드는 그동안 2번 당 대표직에 재도전했으나 모두 길라드 총리에게 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9월 총선에서 궤멸의 위기에 처한 노동당 의원들이 3년 전 길라드 옹립에 앞장섰던 빌 쇼튼 노사관계부 장관 같은 당내 실력자들에게 러드 전 총리를 당 대표로 복귀시키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노동당은 현재 보유 중인 의석 72석 중 절반에 가까운 30~35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의 몰락을 예견한 작가 아론 패트릭은 "러드 전 총리가 당 대표로 복귀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노동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긴 쉽지 않겠지만 길라드보다 훨씬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는 그의 복귀는 야당에는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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