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민연금 개혁 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여야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화답하는 등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여야가 이제라도 연금개혁 논의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개혁은 말로만 외쳐서 되는 일이 아니다. 21대 국회 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여야 모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정부 역시 주도적으로 개혁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국회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번만큼은 연금개혁을 끝장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간만 끌다 막판 합의에 실패했다. 24개 개혁 시나리오만 제시한 정부는 뒤늦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며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야는 탄핵·특검·청문회 등 정쟁에 몰두하느라 연금개혁 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의 방향과 일정부터 제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수급자는 늘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는 올해 735만7515명에서 2028년 934만4388명으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2205만4921명에서 2141만793명으로 줄어든다. 이후 수급자 수가 가입자 수를 빠르게 추월하고, 2055년에는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추계도 나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지급액도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뭉갤 시간이 없다. 2026년부터 3년간은 매년 전국 단위 선거가 있어 개혁은 더 어려워진다.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 1100억~1400억원씩 국민 부담이 쌓이고 있다. 후세들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연금개혁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