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박물관이자 2010 광주비엔날레의 확장판이었다." 1일 공식 개막한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은 미술계 관계자 중에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총감독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39)가 불과 3년 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점도 그렇지만 올해 전시 주제인 `백과사전식 전당`(The Encyclopedic Palace)에서 유사성은 더 선명해진다. 지오니는 앞서 2010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에서 주제를 가져와 현대사회와 이미지, 삶과 이미지의 관계를 조명하며 이미지의 향연을 펼친 바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작가 전체 150여명 가운데 2010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가 36명에 이르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자리에 모은 상상 속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은 주제인 만큼 올해 본전시에는 다양한 이미지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모아놓은 듯한 작품이 유독 많다. 리처드 세라, 디터 로스, 폴 매카시, 브루스 나우먼, 도로시아 태닝 같은 유명 작가들도 있지만 비유명 작가들이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낯설면서도 신선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또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 위주로 진행된 예년에 비해 작고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출품된 것도 특징이었다. 올해도 전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을 역임한 김선정 씨는 "다양한 작가의 이미지를 백과사전식으로 전시했고 작고 작가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거장들과 뒤섞어 마치 미술사를 새로 쓰려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한 화랑 관계자는 "작품 자체를 쇼처럼 보여주기보다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변화를 보여주는 정보나 이미지를 수집하고 박물관적으로 재배열하는 데 뛰어난 지오니 전시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전시"라고 했다. 반면 정도련 뉴욕현대미술관(MoMA) 부큐레이터는 "광주에서 시작했기에 이번 비엔날레 전시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광주비엔날레와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탈리아 출신 예술감독이라 모국에서 더 잘 보여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광주에서보다 규모가 너무 확장돼 다소 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한편 오타케 신로, 고헤이 요시유키, 궈펑이 등 일본과 중국 작가 등 아시아 작가들이 상당수 올해 본전시에 참여했지만 우리나라는 2009년 구정아와 양혜규 이후 4년째 본전시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전시에서는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미술 올림픽`이라는 기존의 비판을 의식한 듯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난 흥미로운 시도가 많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양국 간 우호 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해 서로 국가관을 바꿔 전시를 여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프랑스관은 자국 태생이 아닌 알바니아 출신 작가 안리 살라, 독일도 아이웨이웨이, 다이아니타 싱 등 외국 작가 4명을 대표 작가로 내세웠다. 러시아관은 전시 큐레이터로 독일 출신의 우도 키텔만을 선임했고 올해 처음 참여한 투발루는 대만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는 "매년 국가관 전시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려 하면서 올해도 88개국이나 참가하는 등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 올림픽처럼 변질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올해는 프랑스와 독일관을 비롯한 각 국가관이 외국 작가나 큐레이터를 많이 내세우는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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