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 바람이 중국 공직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공립대학들이 중국 공무원들의 특권을 상징하는 `3공(三公) 경비`의 공개 요구를 거부해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30일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교통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레이(雷) 모씨는 올해 1월부터 중국 최고 명문 국립대인 칭화대, 베이징대를 포함한 113개 공립대에 지난해 지출한 관용차 구매 및 관리비, 공무 접대비, 해외 출장비 등 3공 경비의 공개를 신청했다.
공개 신청을 받은 대학들은 중국 정부의 `정보 공개 조례`와 `대학교 정보 공개 조치`에 따라 15일 이내에 신청인에게 결과를 알려줘야 하지만 회신한 대학은 40개에 그쳤다.
또 회신한 대학 중에서도 청두대 한 곳만이 지난해 3공 경비 결산 및 올해 예산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거나 미뤘다.
베이징대, 저장대 등 28개 대학은 관계 당국의 허락을 받은 뒤 자발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칭화대 등 7개 대학은 공개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화둥이공대, 상하이사범대, 수도사범대 등 4개 대학은 공개를 거부했다.
레이 씨는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포함한 중국의 공립대 대부분이 그동안 3공 경비 지출 현황을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공개 신청에 회신한 40개 대학 중에서도 31개만이 정식으로 서면 답변했고 나머지는 이메일로 간략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국립대이며 중앙·지방 정부기관, 공기업과 함께 대표적인 특권조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무원과 당료들이 국가 재산인 관용차를 자가용으로 전용하고 잦은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니는 행태가 국민적 지탄을 받자 지난해부터 각 부처와 기관의 3공 경비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은 3공 경비 공개가 의무화한 뒤에도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고의로 일반 예산과 3공 경비를 뒤섞어 부실한 내역을 발표해 비난을 사고 있다.
유일하게 지난해 3공 경비 지출 내역을 공개한 청두대는 해외 출장비 20만7천위안(3천800만원), 공무 접대비 104만위안(1억9천만원), 관용차 구매 및 관리비 177만위안(3억3천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부정·부패와 사치 척결을 강조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올해 현(縣)급 이상 지방 정부로까지 3공 경비 의무 공개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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