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끌어온 진주의료원 사태가 결국 경남도의 폐업 결정으로 막을 내렸지만 `공공의료`의 역할·철학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논란은 오히려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비건 지방비건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얼마나 더 지원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적자 지방 공공의료원의 폐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상당수 공공의료원의 현실이 진주의료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1년도 당기순손익을 기준으로 전국 34개 공공의료원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 등 단 7곳뿐이다. 이들 병원의 흑자를 합산해도 34개 전체 공공의료원의 한 해 적자 규모는 무려 655억5천만원에 달한다. 더구나 4개 적십자병원까지 포함해 모두 39개 공공병원의 운영평가 평균 점수는 67.4점이었다. 1년 전보다 오히려 2.3점 더 떨어졌다. 지방의료원의 총체적 경영난은 턱없이 낮은 입원환자당 수익(13만3천원), 수익대비 높은 인건비율(68.8%) 탓으로 분석됐다. 민간 의료시설이라면 `부실 경영`을 근거로 당장 폐업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공공의료원의 설치 이유를 들여다보면 경제와 효율의 잣대만으로 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명시된 공공의료원의 역할은 민간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또 돈이 되지 않는다며 민간이 꺼리는 분만·호스피스 등의 서비스를 보완하고, 감염병 등 국가적 보건의료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공의료원이 `지역 거점`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 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공공적 기능을 강조하며 부실 경영을 `건전한 적자`로 인정하자는 주장과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더욱 엄격한 경영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맞서는 형태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과잉진료, 비급여 진료가 만연한 현실에서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공공병원 역할에 충실한다면 오히려 적극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이런 성격의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전체 국가보건의료체계 측면에서 사회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도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공공의료원이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 빌린 시설·장비 확충 자금 부채는 중앙정부가 청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정부는 진주의료원 사태 이전까지 공공의료원의 효율성 제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공공의료원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경영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복지부는 작년 말 운영평가 결과를 근거로 각 의료원과 지자체로부터 경영개선 계획을 받았고,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이행 상황을 점검해 성적에 따라 시설·장비 구매 등에 필요한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를 차등 결정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의료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설립한 의료원이지만, 중앙정부 예산도 계속 들어가는 만큼 차등 지원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게 복지부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한해 34개 공공의료원에는 국비(50%)와 지방비(50%)를 더해 약 50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현안으로 불거진 진주의료원에는 2005년 이후 중앙정부의 예산만 134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보건당국 역시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경영 효율성뿐 아니라 공공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강화와 의료서비스 질 개선 방안도 함께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 공공의료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처들과 함께 공익적 기능, 경영 효율, 의료서비스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 `지방의료원 발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와 학계 등에서는 중앙정부 내 공공병원 관리운영체계 일원화, 중앙 및 지방정부 내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치, 주민참여형 공공병원 지배구조, 우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자기계발 등이 공공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한 세부적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복지부 주변에서는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공공의료원의 설립·폐업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지자체가 행사함으로써 중앙정부가 공공의료체계의 중대한 변화에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같은 취지에서 지방의료원 설립·폐업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진주의료원법`은 현재 여야 간 이견 때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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