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 간 논쟁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국정농단`까지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자중지란으로 여당 스스로 지핀 불에 야당은 장작을 얹으며 화제 점화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문자 논란과 관련 `당무개입` 지적부터 시작해 `국정농단의 서막`이란 촌평까지 나왔다.야당은 한동훈 후보 측이 "하필 이 시점에서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냐"며 김 여사 측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한 데서 더 나아가 김 여사가 당시 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를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과 국정에 관해 논의했다는 의혹으로 확대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의 계기가 됐던 최순실 씨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번 논란을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한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며 `김건희=최순실`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민정 최고위원은 "영부인이 여당 대표와 사사로이 국정을 논한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며 "김 여사가 (대통령과) 상의 없이 문자를 보낸 것이라면 `국정 방향은 내가 정한다`는 여사의 비뚤어진 생각이 초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년간 김건희씨가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 외 여당 주요 의원들에게도 문자를 했다면? 그리고 장관들에게도 문자를 했다면?"이라며 김 여사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국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재 `권력 1위`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라며 "대통령 김건희, 영부남 윤석열"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민주당은 문자 논란을 `김건희 특검법` 주장으로 받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6월 임시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안 처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디올백` 수수 등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의혹에 관한 공세는 미뤄왔다. 그런데 국민의힘 스스로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다시 몰아붙일 동력이 생긴 것이다.조 전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고 통과시켜 그(김 여사)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도 "김 여사는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고 특검을 받아 사실대로 밝히면 된다"고 촉구했다.국민의힘 내 문자 논란이 봉합되더라도 민주당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윤 대통령과)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할 만큼 친윤, 비윤 양측 간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원외 당협위원장 사이에선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제2 연판장 사태`가 목전에서 가까스로 진화됐다.국민의힘 내 갈등이 지속될 경우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야권은 내심 반색하는 모양새이다.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글에 동의한 국민이 130만 명에 이르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 갈등이 첨예화될수록 야당은 `꽃놀이패`를 쥐고 여당 흔들기를 지속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