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 주자들 간 상호 비방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에 제기됐던 ‘연판장’ 논란이 또 다시 재연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하고 국회 개원 후에도 야당에 끌려만 다니는 여당의 전당대회가 1년여 전과 똑같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총선 참패의 반성도 혁신도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
발단은 일부 원외 인사들로부터 국힘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한동훈 후보의 사퇴 동의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6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전화를 건 인사들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 의사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에게 전달했지만 한 후보가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을 이유로 들어 한 후보 사퇴 요청 기자회견을 준비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 ‘연판장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친윤계 초선 의원 53명은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았는데 이번에는 한 후보의 경선 참여를 막기 위해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권 주자들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내 줄 세우기 정치 답습에 대한 진중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 후보는 “연판장 취소하지 말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라”며 “국민들과 당원동지들께서 똑똑히 보시게 하자”고 했고, 원희룡 후보는 “연판장으로 프레임을 짜는 건 내로남불”이라며 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원희룡 후보 양측을 모두 겨냥하며 “패배 브러더스의 진풍경”이라고 했고, 윤상현 후보도 한·원 두 후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국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자체 조사에 착수하면서 정작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선관위원에게는 ‘주의’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를 ‘화합 저해 구태 정치’라고 규정하면서도 사건 당사자에 대해서는 주의만 준 셈이다. 여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고,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당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줄 세우기 정치로 ‘연판장 당’이란 수식어를 얻고자 하는 것인가. 답답한 여당의 모습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