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사망사건으로 해병대 내부가 심각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은 오로지 명예와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군 조직이다. 이런 해병 조직이 친여(親與), 친야(親野)로 쪼개져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친여 해병 예비역들은 채 상병 특검을 반대하고 있고, 친야 해병 예비역들은 특검을 찬성하고 있어 한지붕 두 가족이 된 셈이다. 어쩌다 해병조직이 이렇게까지 됐나. 이번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 해병대 현역은 물론 퇴직 예비역들의 명예와 사기는 물론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국회 채 상병 사망사건의 청문회 때문이다. 민주당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의 청문회 진행 광경을 지켜본 많은 해병대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도 민망했는데 해병대원들은 오죽했으랴.
해병대가 친여, 친야 둘로 쪼개진 시발점은 지난해 7월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여부를 놓고 시작됐다. 당시 초동 조사를 맡은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가 상부로부터 보류 지시를 받았는데, 이를 거부하고 이첩을 강행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박 대령이 이첩한 자료를 경찰에서 되찾아 왔고, 박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령이 상부로부터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이 사건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수사 외압’ 의혹을, 경북경찰청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이번 채 상병 사망사건을 지켜보는 포항시민들의 마음도 뒤숭숭하다. 포항은 해병대의 근원지이고 포항하면 해병대가 떠오르듯 해병대와 포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포항시민 대다수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놓고 여야가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이런 정쟁은 현재 포항 오천 해병대 연병장에서 땀 흘리며 훈련받고 있는 많은 해병대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둘로 쪼개진 해병 예비역들의 모습을 어떻게 지켜봐야 하나. 현재로서는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해병대 모두에게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둘로 쪼개진 해병대를 바라보는 포항시민들의 마음도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