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상까지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얼떨떨한데, 정말 좋네요. 기쁘다는 말밖에는 생각이 안 나요." 26일(현지시간) 저녁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30) 감독은 폐막식이 끝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벅찬 기쁨을 나눴다. 바로 5일 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상에 대한 욕심은 완전히 버렸다"고 말한 적이 있어 최고상 수상은 그에게 놀라운 선물인 셈이다. 그가 상을 대한 욕심을 버린 것은 2년 전 중앙대 졸업 작품으로 만든 `불멸의 사나이`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처음 초청됐을 때 현지에서 많은 칭찬을 들었음에도 상을 받지 못해 실망한 경험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이 두 작품이나 더 있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경쟁작들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고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언급상이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셌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작품들이 대체로 다 좋았기 때문에 저는 더 기대를 안 했어요."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라곤 단편 3편이 전부인 그는 그 중 2편으로 칸에 초청돼 해당 부문 최고상까지 거머쥐는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 영화제 개·폐막식 참석을 위해 턱시도를 처음 장만했는데, 턱시도를 산 보람이 있어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할리우드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폐막식을 지휘하는 가운데, 전 세계 최정상급 영화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상을 받던 순간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무대에 올라가서 상을 받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떨리고 눈앞이 하얘진 느낌이었어요. 상을 받은 뒤엔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몰라서 사회자인 오드리 토투 앞으로 지나갔죠. 사람들이 막 웃더라고요." 그는 경쟁작인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영화의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수상 요인으로 짐작했다. "정말 어떻게 상을 받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야기가 시기적절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외국 작품들에 비하면 감정이 별로 없는 대신에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는 이번 수상의 의미를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괜찮은 동기가 생겼다는 게 가장 행복하죠. 상을 받았으니 앞으론 지금까지 한 것의 몇 배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폐막식 뒤 만찬에서는 단편 심사위원장인 제인 캠피온 감독에게서 칭찬도 들었다고 했다. "영화가 재미있다, 미술이 아름답고 이야기에 긴장감이 있다고 칭찬해주시면서 열심히 해서 다음 작품 잘 만들라고 격려도 해주셨어요. 얘기하다 보니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이나 취향이 서로 비슷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영화제 기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전도유망한 젊은 감독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친구가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경쟁작 감독인 친구들이 다들 좋아해 주고 축하해줬어요. 영화제 기간에 다 같이 다른 영화제에서 만나자고,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합작을 해보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앞으로 이 친구들과 시나리오를 서로 보여주며 조언을 구한다든지 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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