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짓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법정 심의안 제출 시한을 넘겼다. 최임위는 최저임금 심의안 제출 법정 시한이었던 지난 27일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업종별 구분(차등)적용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근로자위원들은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자는 사용자·공익위원들의 제안마저 거부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 합의될 수 없었다. 안타까운 건 이를 지켜 본 영세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이다. 경영계가 음식점과 택시운송, 편의점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최근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지난 7년간 명목상 52.4% 올랐고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82.9% 상승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생계 보장과 업종별 녹인 효과 등을 이유로 차등적용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선 근로자위원(민노총 부위원장)은 "차등적용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1988년 최저임금법 시행 당시부터 명문화된 조항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8년에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시행되기도 했다. 업종에 따라 고용 여건과 고용주의 지급 능력이 다른데, 전국 모든 사업장에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작년 전체 근로자의 13.7%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최저임금 미만을 받았다.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 비율이 30%를 넘는다.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 못하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일하는 `나홀로 사장`과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알바` 급증도 획일적 최저임금 적용의 부작용 때문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최저임금이 되레 안정적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노총은 법에 근거 조항이 있는 차등적용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오를까 벌벌 떠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노동계가 한발 양보해야 한다. 최소한 차등적용만큼은 수용해야 한다. 양측 모두 ‘솔로몬의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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