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지난 21일 첫 심의에 들어갔으나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노사 대표 양측간의 마찰로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노동계는 1만원 돌파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주요 관련 단체들이 어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출범 기자회견에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2년 연속 하락했다”며 대폭 인상 투쟁을 다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가장 직격탄을 받는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최저임금 심의는 3개의 논쟁거리가 이슈로 떠오른다. 공익위원 교체 요구, 차등 적용 표결, 인상률 최종 결정을 위한 힘겨루기가 순차적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단계인 공익위원 전투는 벌써 시작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장·공익위원 간사 내정자들이 이명박·윤석열 정부에서 반노동적 행태를 보였다며 선임을 거부하고 있다. 차등 적용 전투는 요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수년째 벌어졌는데, 매년 크지 않은 표 차이로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과 업계 안팎의 요구가 거세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2023년)가 301만여 명, 숙박·음식점업 미만율이 37.3%에 달하는 등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주휴수당 감안 시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 55.0%, 5인 미만 사업장이 49.4%까지 치솟는다. 노동계는 ‘차등’은 ‘차별’이라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노동 숙련도 차이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격차를 억지로 막는 건 노동시장 왜곡을 가속화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이 당연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주휴수당 포함 시 올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1932원으로 일본 최고인 도쿄도보다 2000원 이상 높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혁신적 과제들은 노동계가 총력투쟁에 나서고 사용자는 정부 눈치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년째 방기돼 왔다. 가사도우미 임금이 홍콩이나 대만의 4배 이상이라며 한국은행이 외국인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인하를 제안했을 정도다. 노동개혁이 국정 목표라는 노동계에 더 이상 끌려 가서는 안된다.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차등제 적용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