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한국 선수 최초로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멀티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타고난 표현력과 장기인 포에테 피봇이다.
손연재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FIG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 후프와 곤봉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후프 종목에서 후프를 공중에 던진 뒤 통과하는 고난도 기술에 성공했고, 곤봉 종목에서 장기인 포에테 피봇을 환상적으로 선보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 시즌 FIG 규정이 바뀌면서 표현력과 음악과의 조화가 중요해져 손연재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여건이 마련됐다.
음악을 흡수하는 능력과 표정 연기 등 표현력이 원체 뛰어난 손연재는 유럽 선수들로 가득한 리듬체조계에서 동양인 특유의 매력을 앞세워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손연재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은 한 다리를 축으로 삼고 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기술이다.
어렸을 때 발레와 리듬체조를 병행했던 손연재는 평소 발레를 좋아해 발레 기술을 작품에 접목시킨 뒤 이를 통해 작품의 독창성을 끌어올렸다.
포에테 피봇은 한바퀴를 돌 때마다 0.1점을 받기 때문에 여러번 회전을 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간나 리잣디노바(우크라이나) 등 0.5점짜리 회전 기술을 1∼3번 도는 선수들도 있지만 손연재는 회전수를 늘리고 수구를 움직이면서 회전해 점수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다른 선수들이 많이 돌지 않으니 이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삼은 것이다.
국제 심판들도 다회전 포에테 피봇을 손연재의 특징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회전 포에테 피봇 뿐 아니라 수구 숙련성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독창성 있게 작품을 구성,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했다.
이러한 전략이 가장 빛나는 종목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흑조로 변신한 리본 종목이다.
손연재는 리본 종목에서 12회전을 하는 포에테 피봇으로 연기의 우아함을 극대화한다.
손연재의 리본 포에테 피봇은 한 다리를 편 채 먼저 3바퀴를 돈 뒤, 다리를 구부렸다 펴며 9바퀴를 연속으로 도는 난도 점수 1.8점의 고난도 기술이다.
한 자리에서 균형을 잡고 흔들림없이 회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레 백조의 호수의 명장면, 32회전 연기와 유사해 발레 경험이 있는 손연재가 자신 있게 구사하는 동작이기도 하다.
우아하기로는 리본의 포에테 피봇이 단연 돋보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곤봉에서의 발랄한 포에테 피봇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장점에 더해 리듬체조 선진국인 러시아에서 특유의 끈기와 승부근성을 바탕으로 훈련을 이어가는 손연재의 불굴의 노력도 손연재가 올 시즌 승승장구하는 데 한몫을 했다.
김지영 리듬체조 경기위원장은 "손연재가 운동 감각이 좋고 기본기를 잘 배워 수구와 신체를 다루는데 있어서 능숙하다"며 "특히 음악을 흡수하고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 위원장은 "손연재가 러시아에서도 훈련을 열심히 하기로 소문났다"며 "프로그램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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