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과 휴일에 있었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의 별세를 계기로 여야와 계파로 갈린 우리나라 정치권의 조문 문화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진보와 보수, 좌우의 고질적인 이념 갈등이 조문 문화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17일 별세한 한국 여성 운동계의 `대모(代母)`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이 세상을 뜨자 여야는 공식 애도 논평이나 브리핑을 통해 그의 별세를 안타까워했다. 새누리당은 "여성운동가이자 여성인권과 복지의 기틀을 잡은 고인은 보수·진보를 아울렀던 여성계 지도자였다"고 기렸고, 민주당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이 어려울 때 한결같이 품어준 고인의 드넓은 품성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그러나 박 전 총재 권한대행에 대한 조문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주로 야권 인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당 대변인 명의로 조화만 보냈을 뿐 대표성을 띤 주요 당직자들은 아예 빈소를 찾지 않았다. 반면 남 전 총리가 18일 별세한 데 대해 새누리당은 이튿날 논평을 내고 "고인의 수많은 업적은 후대에도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특별한 논평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권에선 남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조문도 줄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총리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발탁돼 70년대 재무부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며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끈 인물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후원회장을 지내는 등 박 대통령과도 인연이 각별하다. 여야 모두 상대 진영 `거물`의 별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은 야당 대선후보나 당 지도부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별적 참배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찾았고, 김한길 민주당 신임 대표 역시 지난 6일 국립현충원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해 헌화했다.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 친노(친노무현) 성향으로 추정되는 일부 추모객이 비노(비노무현)계 김한길 대표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하고 몸싸움을 시도해 김 대표가 15분 만에 씁쓸히 행사장을 떠난 것은 야권 내 계파갈등이 남긴 추모 문화의 `얼룩`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일 "주요 당직자들이 박 전 총재 권한대행을 조문하지 않은 것은 죄송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앞으로 여야 가릴 것 없이 국가의 리더로서 역할을 했던 분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면박과 관련, "설사 새누리당 인사들이 온다고 해도 정중하게 맞아야 하는 것이 예의"라면서 "다양한 가치와 사상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부 추모객들이 조문 문화 전체를 일그러뜨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남덕우 전 총리 별세에 논평을 내지 않는데 대해선 "고인과의 친분관계에 따른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는데 여전히 조문 문화에서도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간에 갈등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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