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신당을 만들더라도 혼자서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민주당이 지금 이대로라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앞둔 지난 16일과 17일 찾은 `호남의 심장부`인 빛고을 광주는 전에 없이 심란한 분위기였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5·18을 전후해 앞다퉈 광주를 방문, 호남 민심에 `노크`를 해대기 시작하면서 광주는 어느 쪽에 문을 열어줘야 할지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광주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택시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귀수(62) 씨는 "이제 광주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는 추세"라며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안 의원의 비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광주 시민 사이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는 더 이상 안된다는 목소리가 볼륨을 키우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 기득권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 끊이지 않는 계파 간 갈등 등으로 민주당에 기대와 희망을 접은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듯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호남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으며 이른바 `안풍(安風.안철수바람)을 일으켰던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독자세력화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광주 시민 상당수가 민주당과 안 의원을 두고 저울질을 시작한 탓이다.
민주당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은 대안 세력으로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금남로에서 5·18 전야제 행사를 지켜보던 광주시민 양승윤(38) 씨는 "민주당은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며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안 의원에게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더 못 믿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영찬(28) 씨는 "이제는 민주당 후보라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서 새 정치를 구현하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에 일부 시민들은 "그래도 민주당",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면서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 희망을 나타냈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으로서 두 차례나 집권한 민주당의 저력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자영업자 박모(51) 씨는 "안 의원이 신당을 해봤자 총선에서 공천 못 받고 떨어진 사람들이 모이지 않겠느냐"며 "지금 민주당은 새 대표가 왔으니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정변모(65) 씨는 "아무리 그래도 광주·전남의 기반은 민주당"이라며 "대선 때 안 의원이 나와 인기몰이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잦아들지 않았느냐. 신당을 만들어도 붐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에 대해서도 지지를 밝히지 않은 채 판단을 유보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앞으로 두 진영이 내놓을 비전과 인물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영화(31.여) 씨는 "민주당과 안 의원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민주당은 개혁하겠다면서 기득권만 차지하고 있고 안 의원은 개인으로는 뛰어나지만 혼자서 뭘 해낼 수 있겠느냐"라며 "어떤 비전을 내세우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정래(72) 씨는 "실제로 민주당과 안 의원 신당을 놓고 투표하게 된다면 당을 떠나 `인물`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오치우(44) 씨는 "안 의원을 지지한다"면서도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었는데 기존 철새 정치인들이 모인다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혁신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가, 안 의원은 인물 영입 등 독자세력화 성공 여부가 관건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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