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기온이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날씨로 종잡을 수 없는 한 주였다. 30도를 기웃거리는가 하면 싸늘한 찬바람이 몰아오는 기상이변 탓으로 등산객들의 옷차림에도 봄은 없다. 그래서 산중에서는 예상 할 수 없는 기후 변화에 대처 할 대비책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제나 산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게 산행 기본이듯 늘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내리지만 꼭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산을 오르는 전문산악인들이 아닌 일반 등산객에게는 그저 산이 좋고 물이 좋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가는 게 태반이다. 그래도 산행으로 얻고 배우는 것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어 좋다. 일반적으로 ‘등산(登山)’이란 산을 오르는 것 자체를 뜻하며 이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즐거움을 찾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등반(登攀)’이란 ‘험한 산이나 높은 곳의 정상에 이르기 위해 오르는 행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등반은 발로만 오를 수 있는 일반등산의 의미보다 좁은 개념으로 쓰이는 말로 손을 쓰지 않고 오를 수 없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동원해야하는 행위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등정(登頂)’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가 행하는 산행 행위에도 엄연한 구분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산(山)’이란 자연(自然)으로부터 즐거움을 찾고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지 모른다. 산을 오르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전문산악인들에게는 등반자체가 삶의 전부 일수도 있다. 목숨을 걸고 험준한 고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는 정상(頂上)이다. 정상에 이르기 위해 갖은 고난을 견뎌내야 하고 수많은 위험을 극복해야 한다. ‘등정(登頂)’을 위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이 바로 ‘등반(登攀)’이란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6,000미터급 이상의 고산은 아무에게나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의 팀을 이뤄 고산 원정에 나서는 대원들 중 한 둘만이 등정에 성공할 정도다. 우리네 일상에도 이러한 현실이 비일비재 할진대, 하물며 고산등반에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77년 9월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에베레스트(8,848m)등정이 이룩된 날이다. ‘77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이끈 이 시대의 진정한 최고 산악인으로 칭송 받는 김영도 당시 원정대장의 회고에 의하면 ‘등정’과 ‘등반’의 차이는 극과 극 이었다. 당초 1차 정상공격조인 대구ㆍ경북 출신 산악인 박상열 선배가 정상을 100m 남겨놓고 산소와 기력이 떨어져 8,740m에서 포기하고 돌아선 뒤, 2차 정상공격조 고상돈 대원이 뒤를 이어 올라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자가 되어 대한민국 산악사를 새롭게 장식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그 당시 최고 높이까지 올랐던 박상열 선배는 등정 기회를 놓쳤지만 현재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만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라고 기뻐했던 고상돈 대원은 몇 년 후 북미대륙 최고봉 메킨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정상을 밟았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도전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게 산이다. 고봉(高峰)등정을 위한 산악인의 불굴의 도전은 여전히 진화되고 있다. 소수의 등정자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불같은 등반과정이 있어야 한다. 등정은 순간이지만 등반은 진행형이다. 얄팍한 사회에서는 등정자만이 우대받지만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일수록 등반자 또한 동등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산이 가르치는 엄청난 값진 교훈이 그것이다. ‘등반(登攀)’과 ‘등정(登頂)’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상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하고 도전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다. 김영도 대선배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도전 끝에 오는 진한 감격이 있어 인생은 살 만한 것” 이라고. 오늘도 아름다운 도전의 나래를 퍼덕이며 산으로 가고 싶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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