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무소불이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당내 주요 자리엔 친명계로만 채워지고 있는 데다, 이재명 대표 무서워 의원들이 당론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기본이 다양성인데, 지금 민주당은 ‘친명계’로 모든일을 하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한다. 새로 꾸려진 원내대표단을 보면 국회 운영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하겠다는 것인지, 힘으로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 “머뭇거리다 실기한 과거 민주당과 결별하겠다” “국민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쏟아냈다. 협상과 타협보다는 여차하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박 원내대표가 임명한 박성준·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강성 중 강성이다. 통상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이 막히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석부대표단이 뭍밑에서 중재하곤 했는데, 과연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내대표단과 함께 민주당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도 대부분 친명계 강성인데 이들이 의기투합해 입법독주를 강행하면 국회가 또 얼마나 소란스러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주 당선인 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한 법안을 개인적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 차례 봤다. 그건 정말로 옳지 않다”고 밝혔는데, 자칫 당내 민주주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독립된 헌법기관이지만 한편으론 민주당이란 정치결사체의 구성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친명계 의중대로 당론이 정해지면 다른 의원들은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내 압도적 다수파인 친명계가 표 대결로 당론을 정하면 막을 도리가 없는데, 입법 과정에서도 잠자코 있으라고 주문한 셈이다. 과거 민주당에서 소신을 밝혔다 탄압 받은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같은 의원은 다시 배출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표의 속셈인듯 싶다. 친명 강경파만 득세하고, 소수파의 정치적 소신을 옥죌 수 있는 이런 분위기에선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고, 당의 다양성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또 국회는 충돌만 하고, ‘이재명 사당화’만 재촉될 것이다. 그게 총선의 민심이 아니라는 건 민주당도, 이 대표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이 일방적 국정운영에서 벗어나라고 윤석열 정부를 가혹하게 심판했듯, 민주당이 국회에서 입법독주만 일삼는다면 민심이 응징할 것이다. 부디 민심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