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이제 진실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워싱턴에서 자신을 돕던 인턴 여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전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석이 워싱턴의 영빈관에서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면서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핸드캐리 짐을 받아 귀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그런 적이 없다”면서 “그때 정황상 100%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엊그제까지 한팀으로 일하던 두 사람의 말이 이렇게 다른 것은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일했던 사람과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사람이 서로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물론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그로 인한 국가 품격의 손상이지만,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 참모진의 문제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발생 만 하루가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방미 기간 대통령을 대신해 청와대를 책임진 허태열 비서실장에게는 방미를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직접 보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사건의 위중함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신속한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 참모진이 이런 중대한 사건을 만 하루 동안이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대통령과 참모들, 또 참모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또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의회 연설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는 와중에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호텔 바에서 인턴을 데리고 술을 마셨다는 사실 자체도 참모진의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고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책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는 주요 보직 인사에서 좀 더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여성인턴과 호텔 바에서 “운전기사를 동석시켜 30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면서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한게 전부”라고 했다. 그리고 호텔 방으로 여성 인턴을 불렀다는 의혹도 부인하면서 “가이드가 다음날 아침 내 방을 노크해 ‘여기 왜왔어, 빨리가’하고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인턴은 워싱턴 경찰에 “윤 대변인이 허락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신고했다. 여성 인턴은 또 그가 자신을 호텔방으로 불렀다고 했다. 여기서도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경찰은 이 사건을 성추행 경범죄로 수사중이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말대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떳떳하게 워싱턴 D.C.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을 수행해 외국을 방문했던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을 받은 뒤 도망치듯 귀국한 것은 국가적인 망신이요 수치다. 그는 그곳에 남아 경찰 조사를 받았어야 했다. 비록 늦었지만 그가 자진해서 미국으로 다시 가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 그나마 자신의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밝히고 국가에 더 이상의 누를 끼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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