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의 여성비하 망언에 여성단체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유튜브에서 ‘이대 초대 총장 김활란 여사가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고 말한 근거로 성공회대 교수의 논문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논문에 ‘성 상납’ 내용은 없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위안부와 성관계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으나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명색이 역사학자 출신이라면서 역사적 근거도 없는 ‘여성 비하’ 망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대 측이 “전체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하”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민주당도 선거를 감안해 사과를 권고하자 김 후보는 그제야 “표현에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김 후보)이 당선돼 정치를 한다면 망언밖에 더 하겠나”라며 “(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위안부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놓을 분노와 반응이다. 그런데 여성 운동을 한다는 여성단체와 여성운동 경력을 내세우던 민주당 정치인들은 분노는커녕 조용하다. 김활란 총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던 여성단체협의회 정도만 “규탄한다”고 했다. 김 후보가 이처럼 여성들을 비하하고 망언을 내뱉는데도 말한마디 못하는 그들의 속사정은 뭔가. 만약 김 후보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면 이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4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도 여성단체들은 침묵했다. 여성 단체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을 ‘아름다운 분’이라고 하고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까지 가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도 비판에 나선 여성 단체는 드물었다.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의 고초를 이용해 돈벌이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입을 닫았다. 오히려 “위안부 운동 훼손 우려”라며 윤 의원을 감싸기까지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형수 욕설’ 등에 대해선 귀를 틀어 막았다. 2018년 유명 문화 예술인의 성 추문이 잇따라 터졌을 때도 침묵하거나 마지못해 하나 마나 한 성명을 냈다. 이 토록 여성을 비하하는 망언을 퍼붓고 있는데도 말한마디 못하는 여성단체의 실체는 뭔가. 이제는 여성 단체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