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적으로 `갑을(甲乙)관계`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여야가 자신들의 위치가 `갑`이 아니라 `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갑`은 권위적으로 군림하고 부당하게 착취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에 `을`은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로 보호·지원받아야 하는 연민의 대상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8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농담조로 "(국회에서) 요즘은 민주당이 더 `갑`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정 총리의 생각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여야 관계에서 여당이 `갑`으로 비쳐진 측면이 있지만 요즘에는 야당이 `확실한 갑의 위상`이고 자신들은 오히려 `을`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일련의 각료 인사청문회에서도 검증공세는 주로 야당이 펼쳤고, 사회적 화두인 최근 경제민주화 입법도 야당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때나 요즘 법안 상정·처리를 보면 야당이 하자는대로 다 되고 있다"면서 "야당이 정권을 잡았는지, 우리가 정권 잡았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내에서 협상을 할 때 민주당이 `안된다`고 하면 우리가 사정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갑이고, 정부와 여당은 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을을 위한 정당이라며 새누리당을 갑의 이익 대변자로 몰아버렸다는데 실제 국회 운영에서 민주당은 결코 을이 아니다"면서 "국민도 민주당이 을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내의석 절반을 넘는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연히 국회 관계에서는 `갑`이고 민주당은 `을`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운영에서 무엇을 좌지우지하느냐, 새누리당이 좌지우지한다"며 "경제민주화 법안도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안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갑처럼 잘 모시겠다는 뜻이고, 민주당이 잘 해야 한다는 립서비스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어떻게 여야관계에서 야당이 갑이 될 수 있느냐"면서 "거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못해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야당의 목소리를 죽이기 위한 엄살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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