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똘똘뭉쳐 일치단결하는 모습이 피로감을 준다. 국민을 볼모로한 정부와의 대치상황이 이제 지겹고 서서히 짜증난다. 의료 파행의 실마리를 어떻게든 풀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새로 당선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공의·의대생·교수 등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14만 의사를 결집해 총파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으로 딱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사회의 가장 엘리트 집단인 이들의 행동이 국민들 눈에는 저급하기 짝이 없다.
의사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하더니 정작 정부가 대화의 손을 내밀자 켜켜이 조건만 내세우며 딴죽을 건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도 대부분 가당치 않다.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기,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에 대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취소까지 하라고 한다.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료개혁의 기본틀이다. 전국 지방 의대의 내년도 증원 배분도 이미 마무리한 마당이다. 병원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보류에도 전 의협 회장은 “ㅋㅋㅋ”라는 표현까지 해가며 정부를 조롱했다. 의사단체가 강성 노조보다도 더 분별 없는 집단이다. 의협은 회원이 13만여 명에 달하는 법정단체로 그 상징성과 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의료계 구심점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초강경파 새 의협 수장의 등장은 정부의 유화책으로 겨우 시작되려는 의정 간 대화에 큰 암초가 아닐 수 없다. 의협은 여론에 반하는 막가파식 주장을 접고 정부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국민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윤 대통령은 내년도 의료예산 편성에 의료계 인사들이 직접 참여해 달라는 특별 배려까지 했다.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도 약속했고 정부ㆍ여당이 의료계와 의제 제한 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도 연일 밝히고 있다. 모든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배려에도 전면 백지화와 총파업을 고집하는 것은 환자를 볼모로 법치 위에 서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다. 한 달 넘은 의료 파행에 아무리 지쳤어도 이런 무도함을 참아 줄 국민은 더 이상 없다. 이제 국민들도 참을만큼 참았다. 의사들의 눈에는 오로지 제 밥그릇만 보이고 죽어가는 환자들은 보이지 않나. 제발 좀 정신 차리고 환자곁으로 속히 돌아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