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어느 유업회사의 물량밀어주기가 수사선상에 올라, 소위 갑과 을의 불공정ㆍ불평등 관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영세 상인들이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니고, 망하는 때이기에 새로운 간판 제작소와 사무실 철거 업체만 돈을 번다는 딱한 시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게 지금까지는 하나의 관례처럼 행해졌다고 해도, 이제는 이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 당대의 가치이다. 이런 이유 중에는 최초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있는 수가 허다하다. 계약서의 애매모호한 문맥을 해석함에 있어도 을이 전혀 개입할 수가 없도록 교묘하게 작성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해도 을은 갑이 해석하는 대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본지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신세계 계열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이 애매모호한 계약서를 내세우며 구미지역에 상품 공급점을 오픈한지 1개월여 만에 인근에 또 직영점을 개설했다. 이에 해당 업주가 대기업의 횡포이다. 도산위기를 맞았다고 상품공급점 업주가 크게 반발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은 지난 3월 27일 구미시 옥계동 신나리 아파트 후문에 860㎡ 규모의 상품공급점 이마트 에브리데이 월드마트를 열었다. ‘상품공급점’이란 물건을 전적으로 본사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는 ‘직영점’과는 다르다. 업주가 자율권을 갖고 일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을 뜻한다. 하여튼 소비자나 업주의 입장에서는 상품공급점이든 직영점이든 이마트라는 명칭에는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갑의 입장에서는 여기에 일종의 눈속임이 숨어 있었다.
이 같이 개업토록 한 후 최근 이마트 에브리데이측은 불과 한 달 여 만에 상품공급점과 190 m 떨어진 신나리 아파트단지 정문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옥계점을 개설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에브리데이 월드마트는 지난 7일 호소문을 통해 계약당시 영업지역 보호를 위해 300m이내 같은 계약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도 직영점을 개설했다고 반발했다. 또 이마트 본사의 치밀하고 고의적인 영업 전략으로 말미암아 에브리데이 월드마트가 억울한 희생양이 되었다. 엄청난 정신적ㆍ재산적 피해를 입었다. 본사의 살인적인 횡포를 규탄한다고 호소했다. 대책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마트 본사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월드마트와 작성한 계약서의 영업지역 보호는 상품공급점에만 해당된다. 본사 직영점은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제시했다. 그리고 에브리데이 임직원들과는 원만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는 대목은 계약서 작성 당시에 본사가 상품공급점과 직영점의 차이점을 을이 충분히 알아듣도록 설명했는가. 설명을 했더라도 적당히 슬쩍 넘어갔다면, 설명고지 위반이다. 만약에 위같이 했다면, 현재의 을에게 정신적ㆍ물질적인 피해를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 또한 옥계점을 철수해야 한다. 이참에 대기업이 을과 같은 영세 상인들에게 부리는 횡포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 본때도 보여야 한다. 혼쭐도 내줘야 한다. 못된 버릇을 완전히 고쳐줘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어디에서 위 같은 눈속임 같은 계약서를 무기삼아 또 횡포를 부릴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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