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판 프로그램 `열린음악회`가 오는 9일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93년 5월 9일 첫 전파를 쏜 이래 `열린음악회`는 국내외 각지를 찾아다니며 청중과 만나 왔다. 만남의 순간에는 황수경(42) 아나운서가 있었다. 10년 넘게 `열린음악회`와 함께해온 황 아나운서는 지난 7일 여의도 KBS신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리허설 때부터 줄을 선 관객들을 보면 설레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분들을 보면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열린음악회`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대중 공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야외 공연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사했고, 클래식과 가곡, 트로트와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장을 마련했다. 황 아나운서는 `열린음악회`가 20년간 시청자와 함께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관객을 꼽았다. "`열린음악회`의 힘은 객석에서 나와요. 관객들과 시청자가 없었다면 20년을 이어올 수 없었을 거에요. 객석에서 받는 기가 굉장해요. 섣불리 뭐 하나 대충할 수가 없어요. 객석 반응이 바로 오니까요. 객석 분위기가 전체 공연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수 컨디션이 안 좋거나 기대에 못 미친다 싶으면 박수와 환호 소리가 바로 달라지죠." 지역에 따라 객석 반응도 다르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흥이 많은 남도 지역이 아무래도 반응이 뜨거워요. 중부는 점잖은 편이고요. 그렇지만 지역을 불문하고 캠퍼스는 항상 반응이 좋아요. 젊은 관객들은 이미 즐길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은 300여 명의 제작진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많은 이들에게 `열린음악회`의 얼굴은 황수경 아나운서다. 1993년 19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황 아나운서는 `뉴스 9`의 앵커로 활동하다 1998년 10월 `열린음악회`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출산휴가와 해외연수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열린음악회`의 마이크를 잡아왔다. 황 아나운서에게 `열린음악회`는 `삶 그 자체`다. "`열린음악회`는 제 인생이자 생활이에요. 무대에 서는 게 정말 감사해요.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가끔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도 들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생각해요. 무대에서는 관객과 함께 즐기자고 마음먹어요. 내가 즐기지 않으면 객석도 즐길 수 없다고 믿거든요." 지금은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다지만 초반에는 `어리석은 진행`도 많이 했단다. "처음에는 내 멘트만 틀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객석이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무대와 객석, 시청자를 연결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객석의 반응을 담으려 노력해요. 나이를 먹으면서 관객들이 제 실수에도 즐거워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분들은 인간적으로 받아주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도 한결 편해졌어요. 물론 실수를 해서는 안 되죠.(웃음)" 그는 "처음에는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줌마가 돼서인지 부드럽게 객석과 무대를 아우르는 게 조금은 수월해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종종 악천후 속에서 공연을 진행해야 할 때도 있다. 황 아나운서의 MC 데뷔 무대도 폭우 속에서 치러졌다. "그때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갔는데 스스로 `이건 상서로운 비`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어요. 수년 전 경북 청송에서 공연을 했을 때도 폭우가 와서 공연이 자꾸 중단됐어요. 예정됐던 공연 시간보다 두 배는 더 걸렸죠. 그렇지만 객석에 계시던 어르신들은 끝까지 앉아계시더라고요. 그만큼 그분들이 공연을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제는 웬만한 비에는 제작진 모두가 끄떡도 안 한다"며 "관객들과 약속이니까 무조건 간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열린음악회`는 다양한 곳에서 관객들과 만나 왔다. 1993년 민간인 통제구역인 철원 노동당사에서 열렸던 공연을 비롯해 1995년 청와대와 이문동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청사, 1997년 국회의사당, 1998년 제4땅굴, 2005년 금강산 공연 등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순이, 소향, 바다 등 출연 가수들의 무대는 진행자인 황수경 아나운서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줬다. 감동적인 무대들을 떠올리는 그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가수들이 열창하는 무대를 보면 정화가 많이 돼요. 무대 뒤에서 정말 행복하죠. 일하면서 이런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복이 어딨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바다 씨가 모친상 당하고 얼마 안 돼서 출연했는데 그 무대를 볼 때도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어요. 심지어는 동방신기가 나와서 열정적으로 춤추는 모습을 볼 때도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면 저렇게 출까`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열린음악회`는 올가을 1천 회를 맞는다. 제작진은 특집으로 1천 회를 자축할 예정이다. 황 아나운서는 "후배들을 생각하면 박수할 때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떠나는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분1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보시는 분들이 노래를 들을 때만이라도 기쁨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제가 느끼는 감동만큼 관객들도 최고의 공연을 맛봤으면 좋겠어요. 제작진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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