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친 발언’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세종전통시장 연설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가 정치 잘했다, 나라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싶으면 2번(국민의힘)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십시오”라고 했다. “1번을 찍지 않는 것은 곧 2번을 지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 편·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비하성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지 불과 6일 만이다. 제1야당 대표가 한 발언치고는 저급하다. 당 후보들의 거친 발언을 앞장서 자제시켜야 할 공당의 대표가 오히려 편가르기성 발언을 일삼아서 되겠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다.
당 대표가 국민들에게 소중한 한표 행사를 독려하기는커녕 자신의 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투표하지 말라는 그런 발상이 어디 있나.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발언으로 민심이반을 불렀던 상황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 막말에 국민이 느끼는 자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 정봉주 후보는 ‘DMZ 목함지뢰 목발 경품’ 막말 논란 이후 거짓사과 의혹까지 겹치면서 공천에서 배제됐고,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는 2019년 ‘5·18 민주화 운동 폄훼논란’으로 낙마했다. 서울시민 교양수준과 대학생 책값 폄훼 발언 등 과거 막말이 불거진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공천 재검토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양당이 이런 막말 후보를 뒤늦게라도 공천 배제로 차단시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투영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지만 정치인의 말이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후진적 정치풍토와 극단적인 증오의 정치가 막말의 토양이 되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상대방을 헐뜯는 혐오성 발언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분명하다. 저질 막말 정치는 우리 사회에 극심한 정치혐오와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꼬리자르기식 공천 배제로 국민의 성난 민심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오산이다. 이재명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은 분명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선거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