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일 정기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작년 6월 전대 당시 전국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앞섰으나 당원 및 모바일 투표에서 밀려 이해찬 후보에게 분루를 삼켰던 김 대표가 이번에는 최종 득표율 61.72%로 38.28%에 그친 이용섭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권을 차지했다. 김 대표와 함께 임기 2년의 지도부를 이끌 최고위원에는 신경민 조경태 양승조 우원식 후보가 뽑혔다. 비주류 출신의 김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에서는 계파별 권력 나눠먹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친노·호남` 출신 인사들이 배제된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대선 패배 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온 민주당이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어떤 정책과 비전을 보여줄지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작년 총선·대선, 올해 4월 재보선에서 내리 패배한 뒤 새로 전열을 가다듬은 민주당의 새 사령탑이 된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한 둘이 아니다. 가장 시급한 일은 잇단 선거 패배로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당내 갈등과 대립의 원천인 뿌리 깊은 계파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 제1의 과제다. 총선·대선 패배 후에도 기득권 유지에 부심한다는 의심을 산 당내 친노 주류 세력에게서 등을 돌린 당심(黨心)이 혁신을 강조한 비주류의 김 대표에게로 쏠린데서도 당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김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면서 "친노니 비노, 주류니 비주류라고 쓰인 명찰을 다 떼서 쓰레기통에 던지고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계파주의 정치의 청산을 민주당 혁신의 요체로 강조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일 게다. 의석 127석의 제1 야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구태 정치를 걷어내고 당을 밑바닥에서부터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 집권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역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출범한 지 채 석 달이 안 된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야당이 감시·견제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새 정부 중반들어 나타날 수 있는 민심이반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챙기려 해서도 안되고 `국정 발목잡기`를 일삼는 일도 삼가야 한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새 정치 경쟁도 김 대표 체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 "너무 많이 나간 얘기"라며 선을 긋고는 있지만 그의 여의도 입성으로 `안철수 신당`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된 셈이다. 김 대표가 당을 혁신하고 새 정치를 선보이지 못하면 야권은 급속히 세력 재편 구도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중도주의 노선으로 `우클릭`하는 내용의 강령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주당의 3대 정책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 "튼튼한 안보" 등의 문구를 추가했다고 한다. 당의 노선을 진보 쪽으로 옮기면서 `중도개혁`이라는 용어를 폐기한 지 3년도 안돼 다시 중도 쪽으로 방향을 되돌린 것이다. 중도우파 유권자에게 안정감을 안겨주겠다는 포석으로 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기는 민주당` 만들기에 급급해 서둘러 정강정책을 손질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 대표의 민주당은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신뢰와 비전의 정치를 보여주는 진정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선 때 얻은 48%의 지지세를 확장해 대안정당·수권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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