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중복투표를 막기 위해 5·5 총선에 처음 도입한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쉽게 지워진다는 증언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말레이시아 언론과 외신들은 최근 사전투표에 참가한 군인과 경찰들로부터 손가락에 묻힌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쉽게 지워진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동맹 `국민연합`(PR) 소속인 민주행동당(DAP) 지도자 림 킷 시앙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려하던 일이다. 총선 과정 전체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는 선관위에 오점이 되고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워지지 않는 잉크는 이번 총선에 처음 도입됐다. 야권과 사회단체 등이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이 여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와 부정선거로 56년간 장기집권해왔다며 선거개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야권과 사회단체는 부정선거 사례로 사망자를 투표인명부에 올리는 것과 중복투표 등을 꼽고 지난해 4월 쿠알라룸푸르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선거개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와 선관위는 중복투표를 막기 위해 최소 1주일간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이번 총선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카마루딘 바리아는 잉크가 지워진 것은 일부 직원들이 잉크병을 흔들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잉크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선거개혁 사회단체 `베르시`의 마리아 친 압둘라는 잉크 논란은 정부가 선거부정을 없애는 개혁에 미온적일 것이라는 우려를 재확인해줬다며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수십 년간 집권기반을 구축해온 BN의 승리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야권의 선전으로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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