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공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은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거리를 좁혀 국민의 정치ㆍ선거 관심 제고와 궁극적으로는 투표율을 높이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규정이 규제에 너무 치중해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선거법`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으로 선거와 정치발전의 전제인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면서 관련규정 개정 추진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비용 과다지출 등 선거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말(言)ㆍ자동차 홍보물 부착…유권자 표현자유 강화= 우선 선거에서 기존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던 유권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선거일 당일을 제외하고 유권자가 오프라인에서 말(言)로 하는 선거운동을 하거나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는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만 허용하고 있다.
후보자나 입후보 예정자는 선거일을 제외하고 유권자에게 선거운동임을 표시하고 전화를 하거나 선거사무소 등에 전화를 설치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사무원 등에게만 허용되던 어깨띠, 표지판, 표찰, 소품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 자신이 거주하는 집의 외부나 자동차에 선거운동용 홍보물을 내걸거나 부착할 수도 있도록 했다.
선거 관련 시설물 설치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정당이나 후보자 명칭이 표시된 현수막 등 시설물에 대해 선거와의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금지하고 있지만 선거와 관련 있는 내용을 담은 시설물 등에 대해서만 규제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민간단체 등이 선거와 무관하게 개최하는 집회나 모임도 허용되고 현재 공직선거법에만 규정한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된다.
◇후보자 정보접근 강화…이의제기ㆍ자료요구 가능=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알권리 장치도 강화된다.
후보자 또는 예비후보자의 경력, 학력 등 각종 자료에 대해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자료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선관위는 해당 자료를 보유관리하는 기관ㆍ단체 등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언론기관 등이 후보자의 정책ㆍ공약을 비교ㆍ평가하면서 점수를 부여하거나 순위ㆍ등급을 정하는 등 서열화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유권자와 후보자ㆍ예비후보자 간의 대면에 의한 옥내 정책토론을 허용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나 언론기관이 선거일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후보자 등을 초청해 대담ㆍ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신인 진입장벽 완화…TV토론 요건 강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든 예비후보자 등록이 가능하다. 정치 신인의 진입을 배려한 장치다. 다만 선거운동 방식은 선거운동 조기과열과 유권자의 선거피로감 등을 고려해 명함배부, 어깨띠 착용 등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선거운동도 법정 선거운동 외에 광고(방송신문ㆍ인터넷), 방송연설, 어깨띠 등 소품 착용,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 직접 걸어 통화하는 방식의 전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글이나 동영상 게재 등 후보자가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스스로 선거운동방식을 정해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당의 경우도 선거 기간에 정강ㆍ정책의 신문광고나 방송연설, 정책공약집 판매, 홍보물 발행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숫자가 제한돼 있던 정당 유급사무직원의 수도 인건비 총액 범위 내에서 인원에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정당의 자유와 효율성을 도모했다.
정당에 선거비용 보전금액을 지급한 때에는 해당 정당에 이미 지급된 선거보조금만큼 감액해 지급하도록 했고, 선관위 주관 텔레비전 토론회의 참석 자격을 2차 토론회에는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상 후보자만, 3차 토론회에는 여론조사 지지율 1~2위 후보자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이른바 `이정희 방지법`의 일환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60년 넘게 고착돼온 규제 중심의 선거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는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동안은 시대에 안 맞는 규제에 치중해왔다. 늦었지만, 개선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면서 "투표율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운동이 상시화되는 만큼 비용에 대한 감시ㆍ감독을 잘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그동안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안은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며 투표율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여야가 개정안에 대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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