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를 위주로 그 어느 때보다 `봄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해 밀과 보리 등 곡물 수확에 타격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경기 부진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더 떨어트려 소매 위축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쪽에서는 최악의 가뭄과 겹쳐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의 기온이 기록적으로 따뜻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구촌의 날씨가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셈이다. ◇ 美·유럽·中 등 이상 추위 =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NCDC)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봄철(3~4월) 기온은 1975년 이후로 가장 낮은 날씨로 출발해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의 3월 기온은 최근 7년 만에 가장 춥다. 지난해 3월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따뜻한 날씨를 보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반구를 휩쓴 폭설과 이상 한파로 영국과 독일, 폴란드 등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독일은 3월 기온이 평균 0.1℃를 기록해 20세기 이후 4번째로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2010년까지 최근 30년간의 평균 기온보다 무려 4.2℃나 낮았다. 영국의 3월 평균 기온도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이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겨울 한파가 맹위를 떨친 중국 동북지역의 경우 올봄 들어서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33년 만에 가장 추운 4월`로 기록됐다. 중국기상국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등 동북 3성의 이달 평균 기온은 영상 3.3도로, 1980년 영상 2.5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에서도 충북에서는 지난 15일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등 0도 안팎의 추위가 이어졌다. 특히 20일에는 1㎝가 넘는 눈까지 내렸다. 추풍령 기상대가 1935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늦었다. ◇곡물·소매업 직격탄 = 미국은 캔자스 지역의 밀 재배 시즌이 유례없이 추운 날씨로 시작하고 남부 대평원 지역도 영하의 추위로 타격을 받았다. 이미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인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재배되는 겨울 소맥(hard red winter Wheat)의 경우 대략 25%가량이 쓸모없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매업은 매출 상승폭이 애초 기대에 못 미치는 1.4%에 그쳤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국에 걸친 추위로 소비자 구매 의욕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리테일 메트릭스의 대표인 켄 퍼킨스는 AP통신에 "겨울 같은 날씨가 3월에 지속되면서 의류 등 봄철 상품의 판매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추위가 물러나지 않으면서 공급 부족마저 나타나 천연가스 값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독일은 밀과 보리 등의 수확이 애초 기대를 밑돌았다. 밀 생산의 경우 올해 당초 2천360만t의 수확이 기대됐으나 2천320만t으로 지난해에 비해 3.6% 증가에 그쳤다. 영국에서도 기록적인 추위로 인해 지난달 소매 판매가 0.7% 감소했을 것으로 영국 통계청(ONS)이 추정했다. 비식품류 판매는 4%나 곤두박질 쳐 최근 3년여 기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반면 영국의 바닥재 소매업체인 카펫라이트(Carpetright)는 추위 덕을 톡톡히 보면서 지난 20일까지 12주 동안 5.6%의 매출 상승을 올려 대조적이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동북지역의 이상 저온이 농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북지역은 옥수수와 콩의 주산지이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중국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 봄 추위 이유 = 최근 봄 추위는 동시베리아 지역의 영향을 받아 동아시아 지역과 미국 쪽에 주로 나타나고 있고, 유럽은 상대적으로 완화됐다는 게 기상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시베리아 지역에 상층 기압능이 강하게 위치하면서 대기 흐름이 정체, 동아시아와 미국 쪽에 한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상국 관계자는 "중국 동북지역 저온 현상은 아시아 중·고위도 대기 순환 이상으로 찬 공기가 집중적으로 지나가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지난 22일 이후 기온이 올라가 예년 기온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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