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와 엔저를 축으로 순항하는 것 같았던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뜻밖에도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일본 증시가 폭등하자 일본 투자자들이 국외 자산을 대거 팔아서 자국에 송금하면서 엔저에 제동을 걸고 있다. ◇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자금, 국내로 `급 U턴`= 29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올해부터 일본 투자자들이 국외에서 팔아치운 채권·주식 등 금융자산 규모가 사들인 금액을 능가, 올해 1∼2월 총 5조114억 엔(약 56조3천800억원)이 자국 내로 순유입됐다. 3월에도 재무성 잠정 집계 결과 2조3천507억 엔이 자국으로 되돌아왔다. 일본 투자자들의 국외 금융투자가 3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투자자들은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캐리 트레이드(국가 간 금리차 투자)에 나서 국외 채권·주식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투자자들의 국외 금융자산 투자는 1996년 이후 한 해도 빠짐 없이 매년 적게는 수조 엔에서 많게는 20조 엔 이상의 순유출을 유지했다. 작년에도 연간 14조6천968억 엔(약 165조3천400억원)의 자금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게다가 작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아베노믹스를 천명하자, 이전에도 국외로 향하던 일본 자금의 흐름이 향후 엔저·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하락 전망에 따라 훨씬 거대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졌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국외 채권 등 위험성이 큰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작년 12월까지도 계속 국외로 빠져나가던 일본 자금은 갑자기 올해 1월 들어 U턴해 1조968억 엔이 자국으로 되돌아왔고, 2월에는 순유입이 3조9천146억 엔으로 불어났다. 이후에도 재무성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일본 자금은 3월 둘째주(3.10∼16일)부터 4월 최근까지 6주 연속 순유입, 5조644억엔이 되돌아왔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최근까지 10조 엔 가량이 순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 일본 증시 폭등에 투자자 정부 불신도 한몫= 이 같은 `반전`의 원인으로는 우선 일본 증시의 폭등이 꼽힌다.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의 분위기를 뒤바꾸면서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작년 말 10,395.18에서 지난달 말 12,397.91로 19.3%나 상승했다. 대표적 글로벌 벤치마크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일본 지수는 1분기에 24.8% 올라 세계 주요 국가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엔저 정책에도 일본 자금이 오히려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일본 증시의 상승세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뿌리 깊은 디플레이션의 경험으로 일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를 아직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투자자들이 당국의 전망과 달리 엔저 추세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보고, 엔화 가치가 다시 올라가기 전에 국외 투자 수익을 엔화로 바꿔놓으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외환 전략가인 로빈 브룩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년 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끝에 일본은행의 시스템 변화 전략이 자국 내에서 가장 강한 회의론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아직 일본 투자자들의 행동에 실제적인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 제동 걸린 엔 절하…당국-투자자 `심리전`이 관건= 이처럼 국외의 일본 자금이 대규모로 되돌아오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저가 국제사회의 `면죄부`를 얻은 듯한 분위기를 타고 엔 환율은 달러당 100엔을 곧 돌파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엔 환율은 지난주 초 한때 99엔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100엔 턱밑까지 육박했다가 이후 기세가 주춤, 98엔대에서 맴돌고 있다. 일본 증시를 향해 모여드는 외국 자금은 물론 일본 자금까지 자국으로 밀려들면서 엔 환율 상승에 걸림돌이 됐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체이스는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지 회의적이며 100엔이 심리적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본다는 일본 내 펀드매니저들의 평가를 전했다. 일본 미즈호 은행도 대표적 일본 투자자인 보험회사들이 국외 채권을 환 헤지 없이 사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엔화 가치 하락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관건은 앞으로 일본 당국의 양적완화·엔저 정책 추진력과 이를 불신하는 투자자 심리의 줄다리기에서 어느 쪽이 이기느냐다. 손영환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계속 양적완화를 밀고 나가면 국채 금리가 낮아져 일본 자금이 국외로 나갈 계기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룩스는 "궁극적으로 일본은행이 시스템 변화에 대해 일본 투자자들을 설득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에 따라 100엔 돌파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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