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산악연맹 창립51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무주 덕유산 리조트로 가기 위해 봄비 내리는 도로를 달렸다. 김천을 거쳐 무주로 가는 길에 봄비는 함박눈으로 변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4월 하순이 다된 때에 눈이 내리다니 정말 기상이변이 아닐 수 없다. 연도에 피어 있는 붉은 복사꽃 위로 내린 눈송이가 붉은색과 어우러진 신비한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우리지역에는 벚꽃마저 꽃비가 되어 떨어진 시기에 내린 눈이다. 신기하기만하다. 높은 산등성이는 하얗게 눈 덮힌 모습으로 변하고 푸르름이 피어나는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고 아름다워 보일수도 있지만 이상기후의 본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걱정을 가져다 줄 수 도 있다. 철을 잊은 눈으로 밭작물이 냉해(冷害)를 입을 수도 있고 막 피어나는 복숭아, 살구, 배 등 과일나무의 꽃이 얼어 제대로 만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계절이 감(感)을 잡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한 것 같다. 비단 이상기후만이 아니라도 산에 다니면 늘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 산행중의 기후 변화이다. 등산을 하다보면 악천후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발점에서는 맑았던 날씨가 돌변하여 등산객들을 당황케 하고 급기야는 조난이라는 엄청난 일을 당 할 수도 있다. 산행에 있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일들 중 기상변화에 대비하여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갑작스런 추위나 비바람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는 늘 지니고 다녀야한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성 옷이나 보온을 위한 다운자켓 등 사계절 내내 배낭 속에 챙겨 다녀야 한다는 건 등산상식이다. 우리나라 산에서도 허다하게 발생하는 조난사고가 악천후에 길을 잃는다든지 체온유지를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기상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자신의 안전 뿐 만 아니라 함께한 일행 전체에게 엄청난 불행이 닥칠 수 있음을 산행 전에는 필히 인식하고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등산 용어로 ‘하이포서미아(Hypothermia)’라고 하는 ‘저체온증상’을 뜻하는 말이 있다. 산에서는 고도가 100m씩 높아질 때마다 온도가 0.65°씩 내려가고 초속 1m씩 풍속이 증가함에 따라 체감온도가 1.5~2°씩 내려간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따라서 젖은 몸으로 추위와 바람에 오래 노출되면 바로 ‘하이포서미아’증상이 나타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동계산행 뿐 아니라 여름철 산행에도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산행의 기본은 안전이다. 어떤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산행기본의 A, B, C를 갖추고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고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그 무한한 너그러움 속에서도 인간이 자초하는 위험은 항상 그 속에 숨어 있다. 산을 즐길수록 더욱 어렵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 하여야 한다. 자연을 역행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어머니의 품속같이 너그러운 산이라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더욱 조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산행에 임하여야 한다. 산은 겸손한 자만을 좋아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산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4월에 핀 눈꽃이 보기에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철모르는 등산객에게는 악몽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음을 봄 향기 속으로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안전산행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보고 싶어진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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