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부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제의 침략을 미화함은 물론 그 정당성까지 부여하려는듯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답변에서도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현 내각이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여야 의원 168명은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에 이어 사상 가장 많은 일본 의원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의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본은 이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결코 우발적인 게 아니다. 치밀한 전략과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말 총선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고 승리했다. 취임 초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느라 이런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듯 하더니 이번에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지지율이 80% 가까이 오르자 자신감이 충천했다는 분석이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해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를 바꾸려는게 아베 총리의 심산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태평양 전쟁은 일본의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야스쿠니에 합사된 A급 전범들도 전쟁 범죄자가 아니며,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은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더니 드디어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고, 야스쿠니를 총리 자격으로 참배하고, 헌법 9조를 바꾸려는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3일 밤 독도와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주장할 전문가회의에도 참석했다. `일본의 입장과 생각을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침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과거사 연구에 외국학자들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것과 함께 `우경화 질주`에 필요한 이론적 작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선 아베 정부의 이런 잘못된 움직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이 이웃나라를 침략한 역사적 사실은 누가 아니라고 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가해자이고 한국이 피해자라는 사실 역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할 수 없다. 그건 역사적 사실이요,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무리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된다 해도 진실과 정의를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일본이 마주할 건 국제적 고립 뿐이다. 아베 총리와 정치권이 잘못된 전략과 속셈을 드러낸 마당에 우리 국민과 정부는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 많은 문제에서 일본 정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갈 필요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정의를 왜곡하는 아베 식의 일본과는 협력할 수 없다. 그런 일본과 더불어 번영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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