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반약 시장이 `잃어버린 12년`을 보냈다.
최근 한국제약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출고가 기준) 100억원 이상 일반약(OTC) 25 품목 가운데 의약분업 첫 해인 2000년 이후 브랜드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의 `대형 품목` 기준이 되는 매출 100억원 이상의 비(非)처방 일반약 제품은 모두 2000년 이전에 출시됐거나, 이후 출시된 일부 품목도 명목상 `일반의약품`일 뿐 사실상 처방에 의해서만 판매되고 해당 업체도 처방약(ETC)으로 다루는 제품들이다.
매출 10위권에 포진한 박카스, 인사돌, 까스활명수, 우루사, 우황청심원, 판피린, 이가탄, 케토톱, 판콜, 아로나민골드 등은 모두 2000년 이전에 나온 이른바 `장수 브랜드`들이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 비처방 일반약 25개 제품 가운데 출시 시기가 2000년 이후인 제품은 `아로나민 시플러스`가 유일하다. 이 제품조차 아로나민 브랜드를 달고 나온 것으로 완전한 신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준을 낮춰 연매출 50억원 이상인 68품목 가운데서도 2000년 이후 출시된 일반약은 피임약 `머시론`(2000년)과 속쓰림 개선제 `개비스콘`(2009년)뿐이다. 이들은 모두 외국 회사의 제품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일반약을 개발하기보다는 대체로 기존 장수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생산액 규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0~2011년에 전문의약품 생산액이 3조8천941억원에서 11조3천290억원으로 2배 넘게 느는 동안 일반의약품 생산액은 2조5천621억원에서 2조5천518억원으로 도리어 줄었다. 11년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일반약 시장 규모는 적잖이 위축된 것이다.
이는 의약분업 후 업계가 수익성이 높은 전문약에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을 치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진료비 부담이 완화하면서 환자들이 단순한 건강 이상에도 처방약을 선호하는 쪽으로 쏠린 것도 비슷한 영향을 미쳤다.
또 일반약 브랜드 하나를 키우는 데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광고비가 필요한 점도 업계가 기존 브랜드에 안주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좋은 일반약 브랜드 하나를 유지하는 데만도 연간 수십억원씩 광고비가 들어가는데 새 브랜드를 키우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상비약 편의점 판매 등 일반약 유통경로가 확대되고 가혹한 약값 인하도 계속돼 일반약에 대한 업계 관심이 살아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