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인지 그림인지, 날아다니는 글, 서(書)와 화(畵)를 합친 듯한 형상, 옛 선비들의 멋으로 상징되는 초서는 앞으로 사라질 운명인가?한자의 서체는 크게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초서는 한자체의 표준 글씨체인 해서와 반흘림 글씨체인 행서에 비해 반듯하게 쓰기도 하고 한쪽으로 삐뚤게 쓰기도 하는 등 서법이 매우 자유로운 비정형이기 때문에 글씨의 예술적 영역을 넓히는 주된 역할을 해왔다.경주최부자댁이 초서체 고문서와 서한을 다수 소장하고 있지만 이를 해석할 전문인력들이 없어 소중한 민간 기록유산이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본보 12월 15일자 5면 기사 참조)경주최부자댁은 초서체 전통기록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초서해석이 가능한 한학자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이라도 걸고 싶단다. 경주최부자댁뿐만 아니라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 서원, 사찰, 재실, 고택종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신라천년고도이고 신라 국학의 본향이고 지금도 유교문화를 활짝 꽃피우고 있는 경주지역에는 많은 한학자들이 있다.전문인력들이 없다니. 믿을 수 없어 필자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내놓으라 하는 한학자들을 여럿 만나봤지만 한결같이 ‘해석불가’라는 반응을 보여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그들은 적게는 50년 많게는 70년 이상 한문학을 해왔던 원로인데도 말이다.“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흘려 쓴 초서는 정형화 돼 있지 않고 자의적인 서체이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의 옛 선비들에겐 일상이지만 한자를 어느 정도 안다는 현대인들이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왜 그럴까? 아마도 실리가 없기 때문에 일 것이다. 컴퓨터를 배우고 SNS를 하면서 각자의 전문분야를 파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에 열중인 요즘세대에게 고리타분한 한자, 그것도 별 쓸모없는데다 어렵고 어려운 초서에 일생을 소비하라고 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문학이나 한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흔히들 역사는 귀감(龜鑑 거울로 삼아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라고 한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오늘에 반영해 귀감으로 삼는다는 뜻이다.우리나라 역사와 문학 등 대부분의 기록물들은 한자로 돼 있고 초서는 한자서체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초서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학자들은 현재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일 것이다.희소성이 가치를 결정한다. 단언컨대 초서 전문 학자들이 그 희소성으로 인해 앞으로 귀한 대접을 받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기러기인지 제비인지, 부드러우면서 단호한 그 서체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를 필자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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